지난 14일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동료인 20대 역무원을 살해한 전 모 씨(31·구속)가 최소 11일 전부터 범행을 계획한 정황이 경찰에 포착됐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전 씨는 이달 3일 지하철 6호선 구산역에서 역무원 컴퓨터를 이용해 피해자의 근무지 정보 등을 확인했습니다.
전 씨는 당시 역무원에게 "휴가 중인 불광역 직원인데 내부망을 사용하겠다"고 거짓말한 뒤 서울교통공사 내부망인 '메트로넷'에 접속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범행 당일에도 증산역과 구산역에서 피해자의 근무 정보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그보다 11일이 앞선 이달 초부터 범행을 꾸미고 있었던 것이 드러난 것입니다.
이 밖에도 경찰은 전 씨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정황을 포착했습니다.
전 씨 휴대전화에는 GPS(위치정보시스템) 정보를 조작하는 목적의 애플리케이션(앱)이 설치돼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는 경찰 수사를 교란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휴대전화 내 일부 파일은 이미 삭제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현재 디지털 포렌식을 마치고 자료를 분석 중입니다.
전 씨는 범행 당일 오후 3시쯤 정신과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은 것으로도 확인됐습니다.
사법 처리 과정에서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받아 형량 감경 등을 주장하려는 계획이 있었다고 추측해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이후 피해자의 이전 주거지 인근을 찾았다가 피해자와 외모가 비슷한 다른 여성을 보고 약 7분간 미행하기도 했습니다.
전 씨가 범행 당시 일회용 위생모를 착용한 것은 유전자(DNA) 증거를 현장에 남기지 않으려 했다기보단 피해자나 다른 역무원이 자신을 알아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고 경찰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전 씨는 과거 음란물을 유포해 두 번이나 처벌받은 것으로도 파악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