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호 태풍 메기는 우리나라 쪽으로 오지도 않았고 강도도 세지 않았지만, 필리핀에 상륙해 큰 피해를 낳았다. 필리핀에선 벌써 태풍으로 인한 산사태와 홍수 등으로 170여 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나라는 아직까지 4월 태풍 영향을 받은 적은 없다. 우리나라 기상청은 1951년부터 태풍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 가장 빠른 태풍 영향 시기는 5월로, 각각 1953년, 1961년, 2003년 1번씩이 전부였다. 4월에 이렇게 강력한 태풍이 만들어지는 건, 태풍이 바다가 따뜻해지는 여름철 열대 해상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반갑지 않은 변화다. 물론 태풍 발생에는 우연성과 자연 변동의 영향이 있어 이런 변화의 원인을 온난화로 단정 지을 순 없다. 다만, 분명한 건 4월에 만들어진 초강력, 매우 강 등급의 태풍들이 과거엔 쉽게 볼 수 없던 태풍이라는 점이다.
*초강력 태풍 : 초속 54m 이상(시속 194km 이상)인 태풍
**매우 강한 태풍 : 초속 44m 이상~54m 미만(시속 158km 이상~194km 미만)인 태풍
기후변화, 태풍에 더 많은 비구름 싣는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태풍과 기후변화와의 상관관계를 찾고 입증하는 일은 분명 어려운 일이다. 기후변화로 앞으로 태풍이 어떤 식으로 변해갈지에 대한 연구가 쉽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그런 가운데 최근 KAIST 김형준 교수를 포함한 국제 연구팀이 기후변화가 태풍이 만드는 호우의 강도를 높인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그 동안 태풍에 의해 발생한 호우 강도 중 상위 0.01%에 드는 극한의 호우가 기후변화로 앞으로는 더 빈번해 질 것으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과거 50년 관측 자료와 함께 기후변화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는데, 관측 자료와 컴퓨터 프로그램인 모델 결과가 일치했다. 과거 자료와 모델이 보여주듯 앞으로도 기온이 계속 상승한다면 미래에도 지금보다 강한 비를 머금은 태풍이 올 수 있다는 것이다.
*포화수증기압 : 공기가 특정 온도에서 가질 수 있는 최대 수증기량, 온도가 상승할수록 가질 수 있는 수증기량도 증가.
정말 온난화 때문인가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결과는 관측과 일치했고, 두 자료 모두 강한 비가 점점 잦아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 결과가 과연 정말 지구 온난화 때문인지는 또 다른 이야기다. 연구팀은 온난화의 영향이라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온난화 영향을 제거한 지구 모델을 만들어 비교하며 다시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관측값과 온난화가 없는 지구와는 유사도가 매우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온난화가 진행되는 지구와 관측값은 높은 유사도를 보였다. 즉, 온난화를 빼놓고 태풍의 호우 강도가 강해지는 것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값이 0에 가까울수록 유사도가 떨어지는 것, 빨간색은 온난화와 관측의 관계인데 유사도가 매우 높게 나옴.
기후변화로 인한 미래를 언론에서 과장시켜 전달하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인간이 만든 과학이라는 툴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금 기후변화에 대한 연구들, 그리고 그 곳에서 나오는 결과들이 우리가 예측할 수 있는 가장 정확한 미래이다. 그리고 그 결과들은 우리가 결코 무시해선 안 되는 상황을 보여주고 있다.
<참고문헌>
Nobuyuki Utsumi & Hyungjun Kim, "Observed influence of anthropogenic climate change on tropical cyclone heavy rainfall", nature climate change(2022), 294, doi.org/10.1038/s41558-022-0134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