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퇴직 신고를 마치고 기자들과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며 국방부를 떠나는 부승찬 전 대변인.](http://img.sbs.co.kr/newimg/news/20220418/201656624_1280.jpg)
"국방을 흔들지 말라"는 우회적 표현으로 국방부와 합참 등의 이전을 비판하며 사직한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자유인의 몸이 되더니 그동안 숨겨왔던 속내를 털어놨습니다. 부 전 대변인은 어제(17일)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 용산의 삼각지는 국군 창설 이래 75년 간 국군의 뇌수와 신경 조직이었고, 국군의 정수가 모인 곳"이라며 "이런 시설과 조직을 번갯불에 콩 구워 먹듯 옮기는 것은 옳지 않다"고 일갈했습니다. 비록 며칠 전 퇴직했지만 국방부와 군 관련자 중 처음으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을 정면 비판한 것입니다.
예비역 공군 소령인 전 대변인의 이 외침에 앞서 지난달 22일 윤석열 당선인을 지지하는 예비역 장성 1천 명은 "국방부가 이전해도 안보공백은 없다"는 입장문을 냈습니다. 비록 1천 명 중 실명이 공개된 예비역은 단 26명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실존인물인지도 모호한 '유령'이라는 비아냥을 들었지만 어찌 됐든 무수한 '별'들의 함성이었습니다.
예비역 소령 1인 대 예비역 장성 1천 명의 논쟁 구도입니다. 군은 어느 쪽의 말에 공감할까요. 군심(軍心)은 선명하고 일관되게 예비역 소령 부승찬 전 대변인의 말과 행동을 지지하는 것 같습니다.
"75년 간 축적된 정수의 졸속 이전" vs "안보공백 없다"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이 어제 페이스북에 올린 글.](http://img.sbs.co.kr/newimg/news/20220418/201656623.png)
국방부와 합참은 다른 정부부처와 많이 다릅니다. 단순하게 공무원들이 모여 앉아 컴퓨터 연결하고 일하는 곳이 아닙니다. 북한군과 수뇌부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한 정보가 모이고, 북한과 협상할 카드가 쌓여 있습니다. 우리 군의 전쟁계획이 각 군에 전파되고, 각 군의 대비태세가 결정되는 국가 안보의 최고 사령부입니다. 이에 맞춰 75년 간 진화한 조직과 구조로 오늘의 국방부와 합참이 용산에 버티고 있는 것입니다.
1천여 명 예비역 장성들은 대통령실 이전 논란에 "안보공백은 없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그리고 "북한의 40여 회의 미사일 도발에도, 서해 바다에서 우리 국민이 불에 타 죽어도, 700억 원을 들여 건립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가 폭파돼도 문재인 정권은 북한의 눈치만 보며 항의 한번 못했다"며 문재인 정부의 안보를 맹폭했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정책이 헛돌았다고 해서 국방부와 합참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대통령실을 앉힐 명분이 될 수 없습니다.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안보 이익이라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기 때문입니다. 예비역 장성들이 문재인 정부의 안보를 비판하고 싶었다면 과거 계급에 걸맞은 대안을 내놓았어야 했습니다. 육군의 한 현역 장성은 "부승찬 전 대변인이 군인들의 응어리를 풀어줬다", "머릿수 앞세운 예비역 장성들보다 부 전 대변인의 말 한마디, SNS 글 한자락이 훨씬 큰 울림을 냈다"고 말했습니다.
되돌릴 수 없는 용산 이전
![서울 용산구의 국방부 청사(오른쪽)와 합참 청사(왼쪽)](http://img.sbs.co.kr/newimg/news/20220330/201651093_1280.jpg)
하지만 이미 떠난 버스입니다. 용산 이전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요즘 국방부 영내는 이삿짐 싸서 옮기고, 새로 배정된 비좁은 자리 정리하느라 분주합니다. 5월 10일부터 대통령이 집무를 볼 수 있도록 준비를 해야 하니 북한이 자주 동원하는 속도전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비록 사전 계획도 허술했고, 국방부와 협의도 없었지만 대통령실은 5월 10일 삼각지에서 업무를 개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제는 국방부와 합참, 그리고 10여 개 부대의 체계를 다시 정립하는 데 지혜를 모을 때입니다. 국방부와 합참, 10여 개 부대가 완전한 새 보금자리를 찾고 신경 조직이 완편 될 때까지 2~3년 이상 국방부와 합참 등은 엉성한 동거와 불편한 곁방살이가 불가피합니다. 그럼에도 꾹 참고 국방부와 합참 등의 체계 정비 기간을 단축해 연쇄 이전으로 인한 혼란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입니다. 부승찬 전 대변인이 말했듯 다음부터는 선거가, 정치가 안보와 국방을 흔들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