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집요한 스토킹에 시달리다 살해당한 30대 여성이 평소 친구들과 나눴던 SNS 대화 내용을 저희가 입수했습니다. 피해자는 경찰이 증거 없이는 움직이지 않는다고 답답해하면서도 보호용 스마트워치를 믿는다는 말도 남겼지만, 끝내 경찰의 보호를 받지 못했습니다.
한성희 기자입니다.
<기자>
범행이 일어나기 12일 전인 지난 7일 새벽.
가해자 김 모 씨는 피해 여성의 집을 찾아가 협박했습니다.
소스라치게 놀란 여성은 경찰에 신고했고, 김 씨가 돌아간 뒤 임시보호시설로 거처를 옮겼습니다.
그런데 이틀 만에 피해 여성의 직장 앞에 나타난 김 씨.
여성은 맞닥뜨린 김 씨가 '너무 무서웠다'면서, '출퇴근할 때 칼에 찔리고 싶냐', '계속 이렇게 불안하게 살고 싶냐'고 협박받은 사실을 친구에게 털어놨습니다.
김 씨는 '내가 감방 가는 게 그렇게 보고싶냐'고도 위협했다고 합니다.
피해 여성은 "계속 이렇게 피하면 진짜 무슨 일 날까 봐 무섭다"면서도 걱정할 친구들에게 미안해했습니다.
[친구 A 씨 : 계속 미안해했어요. 정말 미안하다는 말을 진짜 매일 볼 때마다 했었거든요, 저희한테. (그래서) '우리가 이거를 못 지켜주면 우린 얼마나 힘들겠냐, 그러니까 그런 생각하지 말고 최대한 잘 하자' 이렇게 얘기를 했었거든요.]
매 순간 두려움에 떨면서도 경찰의 소극적 태도를 답답해했습니다.
경찰이 "자꾸 증거를 달라고 한다"면서 '증거가 없어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김 씨는 수시로 여성의 휴대전화를 빼앗아 스토킹 정황이 담긴 대화 내역을 삭제했는데, 여성은 지워진 대화를 복원하기 위해 직접 사설업체에 디지털 포렌식까지 맡겼습니다.
기술적으로 복원이 어렵다는 업체의 말에 절망하기도 했습니다.
[친구 C 씨 : (카카오톡) 로그인 기록이 휴대전화 2대로 왔다갔다 하면서 중간에 다 유실이 됐다고 하셨어요.]
그래도 여성은 경찰과 손목에 찬 피해자 보호용 스마트워치를 믿었습니다.
회사까지 찾아온 김 씨에게 협박을 받고도 "바로 경찰서가 코 앞에 있어서 그나마 신이 도왔다"고 했고, 걱정하는 친구에게 "나에게는 만능시계가 있다"고 웃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여성은 경찰서 근처 자신이 사는 오피스텔 복도에서 믿었던 스마트워치를 두 차례 누르고도 잔인한 스토킹 범죄에 희생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