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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야 "체르노빌 사고, 끝나지 않은 비극…가볍게 다룰 일 아냐"

일리야 "체르노빌 사고, 끝나지 않은 비극…가볍게 다룰 일 아냐"
"나라마다 큰 상처와 비극을 갖고 있잖아요. 우크라이나 국민에게는 그게 체르노빌 원전 사고였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다룰 일이 아니었어요."

러시아 출신 귀화인이자 방송인 일리야 벨랴코프(40) 씨는 최근 MBC가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 우크라이나 선수단을 소개하며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삽입한 편집을 두고 강도 높게 비판했습니다.

그가 자신의 트위터에 "자막 담당자는 대한민국 선수들이 입장했을 때 세월호 사진 넣지, 왜 안 넣었나"라며 "미국은 9·11테러 사진도 넣고? 도대체 얼마나 무식하고 무지해야 폭발한 핵발전소 사진을 넣어"라고 남긴 글은 6천 건 가까이 리트윗되며 화제에 올랐습니다.

일리야 씨는 오늘(27일) 언론 인터뷰를 갖고 "체르노빌 사고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독립국가연합(CIS)을 넘어 유럽 전체의 비극"이라며 "이런 트라우마를 선수단 소개로 썼다는 것은 아직 낫지 않은 상처에 소금을 뿌린 거나 마찬가지였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5살이던 1986년 구소련 체제 당시 발생한 체르노빌의 비극은 11만5천여 명이 숨진 인류 최악의 원전 사고로 꼽힙니다.

최근 현지 언론은 새로운 핵반응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이미 수십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여전히 새로운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고를 두고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에서 선수단을 소개하는 사진으로 썼다는 사실이 그는 납득하기 힘들었습니다.

그는 "게다가 우크라이나 선수단은 분쟁과 코로나19 재확산, 경제 위기 등 여러 난관을 뚫고 출전했다"며 "개인 유튜브 채널도 아닌 공영 방송에서 이런 실수를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비난했습니다.

다만 한국에서 발생한 다른 사고를 언급한 것에는 "누구의 상처가 더 큰지 비교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한 나라를 소개할 때 그들이 겪은 아픈 과거를 부각하는 일은 옳지 않다고 설명하려고 한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일리야 벨랴코프가 개인 SNS에 남긴 트윗 (사진=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평소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여러 이슈에 적극적인 의견을 드러냈던 그는 "원래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고 뭔가 잘못됐다는 확신이 있으면 언제든 내 생각을 공유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했습니다.

2003년 어학연수로 한국을 처음 찾은 그는 삼성 DMC연구소에서 채용담당관으로 일했고, 주한 러시아대사관에서도 잠시 홍보 일을 맡기도 했습니다.

의료 통역관으로도 일했고 각종 방송에도 활발히 출연했습니다.

한국에 더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2017년 귀화를 결정했습니다.

그는 "처음 한국을 찾았을 때 느꼈던 특유의 따뜻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며 "특별한 이유가 있다기보다는 이방인이 아닌 한 구성원으로 오래 살고 싶어 귀화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본인 제공, 트위터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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