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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과 나의 목숨 무게 왜 다른가"…법원 "사회적 공감 어려워"

"닭과 나의 목숨 무게 왜 다른가"…법원 "사회적 공감 어려워"
도계장 앞에서 드러누워 "닭을 죽이지 말라"고 구호를 외친 동물권리보호 활동가들이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수원지법 형사2단독 우인선 판사는 20일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된 A씨 등 4명에게 각각 벌금 30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 등은 지난해 10월 4일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경기도 용인시 소재 한 도계장에서 도로에 드러누워 생닭을 실은 트럭 5대를 가로막고, "닭을 죽이지 말라"는 구호를 외치며 노래를 불러 4시간 이상 업무를 방해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검찰은 이들을 벌금 300만 원에 약식 기소했으나, A씨 등은 정식 재판을 청구했습니다.

A씨 등은 지난달 16일 결심공판에서 닭을 비롯한 소, 돼지가 도살되는 현장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공개하며 최후진술을 했습니다.

이들은 "닭과 저의 목숨의 무게는 왜 이렇게 다른가"라며 "살고자 하는 의지는 사람과 닭 모두에 있다. 동물에도 권리를 주는 정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법원은 A씨 등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우 판사는 "동물보호법이 밝히고 있듯 동물을 단순히 식량자원으로 다루는 것은 지양해야 하며, 도축과정에서도 생명을 존중하는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피고인들의 신념은 동물보호법의 제정 취지와 크게 다르지 않고, 동물을 아끼는 순수한 마음에서 이런 일을 벌인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러나 피고인들의 이번 행위 자체는 정당성, 당위성을 부여받기는 어렵다"면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지지가 필요하나 이번 범죄사실로는 공감과 지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라고 부연했습니다.

A씨 측은 "벌금형을 선고받기는 했지만, 판결문에 '동물권리'가 언급됐다는 점은 의의가 있다"며 "항소해서 이 같은 판결이 더 많이 나올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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