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조국 조카 재판서 "검찰 언론플레이에 상처"…혐의 일부엔 진술 거부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사모펀드 의혹'과 관련해 조국 전 장관 5촌 조카의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검찰과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정 교수는 자신의 공소사실과 연관된 질문에는 기억이 안 난다고 하거나 증언을 거부하기도 했지만, 일부 공판 과정에서 화제가 됐던 내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해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어제)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4부 심리로 열린 조 전 장관 5촌 조카 조범동 씨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애초 지난 20일 증인으로 소환됐으나 출석을 거부한 정 교수는 재판부가 4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강제구인 가능성까지 시사하자 법정에 나왔습니다.

다만 정 교수는 과태료 부과 결정에는 이의를 신청했습니다.

어제 검찰은 지난 2017년 7월 정 교수가 동생에게 '내 목표는 강남에 건물 사는 것'이라고 보낸 문자메시지를 보여주며 의미를 물었습니다.

검찰은 앞서 정 교수의 재판에서도 이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조범동 씨에게 투자 설명을 들은 뒤 수백억대 강남 건물을 사는 것을 목표로 한 것"이라며 남편이 민정수석에 취임한 이후 백지 신탁 의무를 지키지 않으려는 범죄 의도를 짐작할 수 있는 증거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극히 사적인 대화인데, 이 자리에 증인이라고 나왔으니 말하겠다"며 "언론플레이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당시 서울 역삼역 부근 아담한 건물의 커피숍에서 조범동 씨를 만나 "이런 데 건물은 얼마나 하느냐"고 물었고, 이에 조 씨가 "40억∼50억 한다"고 답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자신이 "나는 강남 건물은 엄청 비싼 줄 알았다"고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자신이 보유한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상가 건물이 당시 26억 원을 호가했다는 설명도 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어 "조 씨가 제게 '강남 건물로 사시죠'라고 해서, 마음이 업(UP)이 돼서 저런 이야기를 동생에게 했다"며 "강남 빌딩을 살 만큼 무모한 것도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정 교수는 또 지난 2016년 조 씨에게 "늘 도와줘서 감사합니다. 새해에 더 많이 도와주세요"라고 문자를 보낸 것에도 큰 의미가 담겨 있지는 않다고 했습니다.

그는 "저는 성격상 밑의 직원에게도 감사하다고 인사를 해 왔고, 구치소에서 밥 주는 사람에게도 감사하다고 말한다"며 "맡기기 마땅치 않은 돈을 받아 이자를 주는데 (감사할 이유가 왜 없느냐)"고 항변했습니다.

1억 5천만원의 횡령 혐의와 관련해서 자신이 조 씨에게 '투자자금'이라는 말을 사용한 것에 대해서도 정 교수는 적극 방어했습니다.

정 교수는 "전공이 문학인데, 말에 대해 적응력이 뛰어나 상대방 말을 따라 쓰는 경향이 있다"며 "상대방 말을 따라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또 "내 손에서 돈이 떠난 것을 투자라는 말의 의미로 쓴 것"이라고도 했습니다.

검찰은 정 교수가 조 씨에게서 받은 1억5천만원이 투자의 최소 수익금을 보전받기 위한 횡령금이라고 보지만, 정 교수와 조 씨 측은 빌려준 돈의 이자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 교수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았는데 횡령이라고 하니 너무 기가 막히다"라며 "당시 이자율 11％로 소비대차 계약을 했고, 대여할 때에 원금을 돌려주는 것은 당연하니 묻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정 교수는 이외에도 자신이 공범 관계로 엮인 혐의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했습니다.

주식 대량보유상황 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는 혐의를 두고는 "돈을 펀드에 맡기고 이자나 수익만 보고받는 입장인데 제가 어디에 뭘 보고하는지 몰랐다"고, 증거인멸을 지시했다는 혐의에는 "항상 팩트대로 말하라고 한 사람이 어떤 증거를 인멸했다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혐의와 관련해 검찰이 제시한 증거 등 일부 질문에는 증언 거부권도 적극 행사했습니다.

검찰은 2015년 12월 조 씨가 정 교수에게 보낸 '펀드 해약은 순조롭게 되었느냐', '수익률 15∼19%가 나올 듯합니다.

전에 말씀드렸듯 이번에 같이 들어가시면 될 듯하다' 등 문자메시지 내용을 제시했습니다.

또 정 교수가 '5장이 될 것 같고 2대3 또는 2.5대 2.5로 들어갈 것', '1.5라도 조기상환이 되느냐' 등 문자메시지를 보낸 내용이나 당시 조 전 장관이 은행 계좌로 송금한 기록 등도 보여줬습니다.

그러나 이런 질문에 정 교수는 모두 증언을 거부했습니다.

그는 일부 자세한 내용에 관련한 질문에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주로 답변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