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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히 기적을 바랍니다"…음압병실로 옮기자 자가호흡

"간절히 기적을 바랍니다"…음압병실로 옮기자 자가호흡
"중환자실을 급히 음압병실로 만들어 집중치료 하고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확진 환자 박 모(80) 씨의 아들은 지난 2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아버지 상태가 조금 나아졌다고 한다"며 "처음부터 음압병실에서 집중치료를 받았다면 완전히 달랐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의료진이 아들 박 씨에게 부친이 위독하다며 연명 치료 동의서 작성을 위해 병원으로 오라고 한 건 불과 하루 전.

당시 의료진은 아들에게 "단도직입적으로 코로나19 치료실인 음압병실이 없어서 방법이 없다"며 "우리는 최선을 다하겠지만…"이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고 한다.

그의 부친은 지난 26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우여곡절 끝에 대구가톨릭대병원 일반 병실에 입원했다.

호흡기 치료는 받았으나 발열, 설사를 시작으로 호흡과 거동이 거의 불가능해졌다.

그새 집에서 의료진 손길만 기다리던 고령 환자들이 하나둘 목숨을 잃었고, 코로나19 중증환자에 대한 보건당국의 인식이 변했다.

대구지역 대학병원들이 음압 병상을 추가 확보하며 아버지 박 씨도 음압 치료 대상이 됐다.
대구시청 앞에 전국에서 동원된 이동식 음압 카트가 도착해 대구보훈병원 등으로 옮겨지고 있다.
아들 박 씨는 "인공호흡기를 달고 있던 아버지께서 중환자실 음압 병상으로 이동하고는 이제 자가 호흡을 하신다"며 "여전히 상황은 안 좋지만, 간절히 기적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 코로나19 중증환자 급증에 음압 병상 확보 나선 병원들 확진 환자가 쏟아지며 3일 대구 지역 대학병원들은 중증 환자 치료를 위한 음압 병상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박 씨 부친이 입원한 대구가톨릭대병원은 공실로 남겨둔 중환자실 9개 병상을 모두 코로나19 관리 병동인 음압 중환자실로 전환했다.

코로나19 사태 전에는 음압 병상이 단 하나도 없었다.

대구가톨릭대병원 관계자는 "입원 환자 중에 중증환자가 나타나서 노력을 많이 했다"며 "음압 병상으로 옮기고 환자인 아버지 박 씨가 호전이 많이 됐다"고 했다.

국가지정치료 병상을 운영하는 경북대병원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11개이던 음압 병상을 27개로 대폭 늘렸다.

칠곡경북대병원도 4개이던 음압병실을 14개로 늘렸다.

계명대 동산병원은 기존 1인실인 음압병실 8개에 더해 3인실인 코호트 병실 1개를 새로 만들어 총 11명을 음압 병상에 수용할 수 있게 했다.

영남대병원도 기존 11개인 음압 병상에 6개를 추가해 17개 병상을 확보했다.

코로나19 전담 의료기관인 대구의료원에는 확진 환자 200여 명이 입원하면서 음압 병상 25개가 진작에 다 찼다.

대구 중구에 있는 계명대 대구동산병원에는 음압 병상이 있으나, 코로나19 경증환자만 받기로 해 사용하지 않고 있다.

◇ 음압병실 그래도 부족…"전방위 확보해야" 대구시에 따르면 3월 2일 0시 기준 코로나19 확진 환자는 전날보다 377명 늘어난 3천81명으로 이 가운데 확인된 중증 환자는 15명이다.

대구시가 집계한 중증환자들을 위한 음압 병상은 이동형을 제외한 76개에 그친다.

고령 환자들 예후가 언제든 중증으로 악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턱없이 부족하다.

더구나 음압병상은 코로나19뿐 아니라 다른 질환 중증 환자도 수용해야 한다.

확진 환자가 급증하자 대구시는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음압병실 1인 1실 수용에서 일반병실 다인 1실 수용 체계로 바꿨다.

부산 등지로 대구·경북지역 중증 확진 환자를 이송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이 대구시에 대여해 준 이동형 음압기 20대가 대구의료원에, 김해보건소에서 지원한 음압 텐트 2개가 대구가톨릭대병원과 파티마병원에 1대씩 설치됐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지난 1일 코로나19 수습을 위해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음압 병동 확보를 위한 정부 차원의 지원을 요청했다.

권 시장은 "지금 지역에서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위한 음압 병동이 전부 차 버렸다"며 "중증 환자만이라도 서울 등에 있는 병원으로 빨리 이송할 수 있도록 조처를 해 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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