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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기축구회에 메시가 나타난다면?

피아니스트 임동민의 음대생 레슨 영상 화제

[취재파일] 조기축구회에 메시가 나타난다면?
조기축구회에 메시가 나타났다!

피아노 전공하는 대학생이 피아니스트 임동민 앞에서 쇼팽 연습곡을 연주한다. 전공하는 학생의 연주이니 일반인들 보기에는 잘 치는 거지만, 임동민에게는 성이 안 찬다. 연주를 중단시킨 임동민은 "일단 음악이라는 거는 포인트가 있어야 돼요. 포인트!"를 외친다. 그리고 '포인트가 있는 연주'가 뭔지 직접 시범을 보인다. 임동민의 '잠깐 레슨'을 받고 나니 학생들의 연주가 확 좋아진다. 음악을 잘 모르는 사람이 봐도 차이를 확실히 알 수 있을 정도이다. 유머 있는 자막이 재미를 더한다.
차이콥스키와 쇼팽 콩쿠르에서 동시 입상한 첫 한국인 피아니스트 임동민(왼쪽) (사진=유튜브 채널 '또모' 캡처)
▶흔한 음대생이 세계 탑 클래스 임동민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아본다면?

유튜브 채널 '또모'의 스페셜 영상 <흔한 음대생이 임동민 피아니스트에게 레슨을 받는다면> 편이다. '또모'는 음대생들이 만드는 유튜브 채널이다. <피아노 전공생이 듣기 싫어하는 말>, <'피아노 전공생에게 인생곡을 쳐보라고 했더니>, <음대 입시생들이 궁금해하는 질문 7가지> 등등 다채롭고 흥미로운 영상들로 구독자 22만을 넘겼다. 임동민이 등장한 영상은 '또모'의 새 프로그램 '연주자들' 편이다. 레슨뿐 아니라 학생들 여럿과 '피아노 배틀'을 벌이는 영상도 있다. 임동민의 레슨 영상 유튜브 조회수는 업로드 2주도 안돼 조회수 100만 회를 훌쩍 넘겼다. (9월 28일 현재는 조회수 122만을 넘어섰다.)

임동민은 2002년 차이콥스키 콩쿠르 5위, 2005년 쇼팽 콩쿠르 3위(동생 임동혁과 공동 수상)로 차이콥스키와 쇼팽 콩쿠르에서 동시 입상한 첫 한국인 피아니스트라는 기록을 갖고 있다. 계명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그는 2011년 쇼팽 음반 이후 8년 만에 새 음반을 냈다. 한동안 활동이 뜸하다는 느낌이었는데 다시 연주 활동에 시동을 건 셈이다. 쇼팽의 스케르초 전곡, 슈만의 어린이 정경이 실렸다. 10월 28일 롯데콘서트홀을 시작으로 전국 6개 도시에서 리사이틀도 연다.

임동민이 이렇게 오랜만에 '컴백'하면서, 공연 기획사가 제일 먼저 한 '홍보'는 그를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게 한 것이었다. 공연 기획사는 임동민 출연을 이 채널 운영자에게 먼저 제안해 성사시켰다. 이 유튜브 영상은 아주 효과적으로 피아니스트 임동민을 사람들에게 널리 알렸다. 나는 영상을 통해 '그 동안 나이 든' 임동민의 모습을 오랜만에 봐서 반가웠고, 그의 포인트 레슨도, 연주 영상도 좋았다. 또, 임동민을 몰랐던 많은 사람들이 아마 아마 이 영상을 통해 임동민을 처음 알았고, 깊은 인상을 받았을 것이다. 임동민을 인터뷰하며 유튜브 영상에 대해 물었다.
피아니스트 임동민 (사진=유튜브 채널 '또모' 캡처)
Q. 조기축구에 나타난 메시, 그 문장이 너무 재미있던데요?
"저는 그런 문구가 있는 줄은 몰랐어요. 학생들이 쓴 거라서."

Q. 화제가 많이 됐어요. 기분이 어떠세요?
"좋은 것 같아요. 저에 대해서 그런 식으로 이야기해 주니까."

Q. 피아노 잘 모르는 분들도 많이 보신 거 같아요.
"네, 그 채널을 일반인들이 많이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왜냐하면 제가 요 며칠 사이에 길에서 저를 알아보는 분들을 많이 만났어요. 현대백화점에서 밥 먹고 있는데 '임동민 씨 아니냐'고 알아보고, 또 어느 분이 뒤쫓아와서 왜 그러시냐 하니까 '영상에서 봤다, 임동민 씨 맞냐'고 하시고. 그런 분들이 열 분은 됐어요. 파급력이 큰 프로그램 같아요."

Q. 촬영에 얼마나 걸렸어요?
"하루에 다 했어요."

Q. 배틀도 하셨는데?
"좀 유치하다는 생각도 들기는 했는데, 되게 재미있었어요."

Q. 학생 지도할 때 평소에 그런 스타일로 하세요? 포인트를 강조하셨는데.
"아, 그거요? 포인트야, 그 학생이 처음부터 계속 포르테를 쳤기 때문에 강약을 살려서 치라는 뜻으로 포인트를 살리라고 한 것뿐이었고요. 사실 학생에 따라 가르치는 건 다 달라요. 티칭이라는 게 어려워요. 학생에 맞춰서 가르치는 거지, 아 이런 식으로 가르쳐야 된다 이런 건 없어요. 제가 봤을 때는."

Q. 유튜브 출연 처음인데 어떠셨어요? 다시 할 용의가 있으세요?
"네, 언제든지요. 가르치고, 얘기하고, 학생들이 궁금한 거 물어보면 대답해 주고, 그런 게 다 재미있었어요. 사실 요즘은 피아노를 전공한다고 해서 다 연주자 되고 교수 되라는 법 없잖아요. 여러 가지 다양한 일을 할 수 있고, 그게 좋은 것 같아요."

음악가들의 유튜브 영상이 처음 나온 건 아니다. 연주 영상을 친구들, 가족들과 같이 보려고 유튜브에 올렸다가 '유튜브 스타'로 떠올라 EMI(현재는 워너클래식)에서 음반을 낸 피아니스트 임현정 같은 사례가 나온 지 꽤 되었다. 요즘은 음악가들이 단순히 연주 영상을 올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클래식 곡 해설이나, 마스터클래스나, 공연 뒷이야기나 애환 등 다양한 콘텐츠를 담는 유튜브 채널이 많아졌다.

비교적 보수적으로 여겨지는 클래식 음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셈이다. 음악계에서는 유튜브 영상 올릴 시간에 연습을 더 해야 한다며 못마땅해하는 시선도 있다지만, 이제 클래식 음악계도 '유튜브'로 대표되는 거센 변화의 바람을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확실해 보인다. 예술대학 졸업생들이 졸업해도 자리잡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온 지 오래고, 전문 연주자가 된다 해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더 이상 콘서트홀에서 연주만 잘 하면 관객이 알아서 찾아오는 시대가 아니다. 젊은 클래식 애호가들, 새로운 소비자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정말 적극적이고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

오랜만에 음반과 공연으로 '컴백'한 임동민을 인터뷰하며 유튜브 영상 얘기를 하다 보니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임동민을 취재한 기사를 보는 독자는 얼마나 될까. 유튜브 영상 하나의 위력이 이렇게 큰데 내가 기사를 쓴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TV 뉴스보다 유튜브 콘텐츠를 즐기고, 유튜브 영상의 영향력이 이렇게 커진 시대에, 사람들을 끌어오기 위해서는 뭘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전통 미디어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으로써, 당면한 과제를 새삼 다시 상기하게 된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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