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제는 사회 이슈가 된 데이트 폭력. 작년에만 16명이 숨졌을 정도로 심각한 결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피해자가 조금만 저항을 해도 당신도 잘못했다면서 '쌍방폭행'으로 몰리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이런 피해자들이 저희에게 제보를 해왔는데, 김형래 기자가 만나서 사연을 들어봤습니다
<기자>
한 여성이 집에서 뛰쳐나와 엘리베이터에 탄 뒤 다급히 문을 닫으려는데, 뒤따라 나온 남성이 여성을 거칠게 내팽개치더니 질질 끌고 나갑니다.
발길질 끝에 쓰러진 여성 위에 올라타 짓누르기 시작합니다.
지난달 23일 서울 관악구 한 오피스텔에서 20대 여성 A 씨가 동거 중이던 남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했다 당한 일입니다.
피의자인 전 남자친구는 도망치려던 A 씨를 엘리베이터에서 끌어낸 뒤 이곳으로 끌고 와 15분 동안 의식을 잃을 때까지 폭행했습니다.
A 씨는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는데, 자신도 피의자로 조사받아야 한다는 황당한 통보를 받았습니다.
전 남자친구가 자신도 A 씨에게 주먹과 발로 맞았다며 맞고소한 겁니다.
[A씨/데이트 폭력 피해자 : 진술할 준비를 하고 (경찰에) 갔는데, 저한테 앉자마자 '가해자 관리 안내서'를 주는 거에요. 그래서 '저는 피해자인데 왜 이걸 주시냐'고 하니까 그 상대방이 자기도 맞았다고 얘기를 해서….]
30대 여성 B 씨도 지난 4일 서울 구로구에 있는 남자친구 집에서 헤어지자고 말했다가 폭행당했습니다.
눈 주위 뼈가 부러지는 전치 8주의 중상. 실명 위기는 간신히 넘겼지만 영구적인 신경 손상이 남을 수 있다는 진단까지 받았습니다.
B 씨의 전 남자친구 역시 싸우는 과정에서 B 씨가 자신을 깨물었다며 경찰에 맞고소하겠다며 으름장을 놨습니다.
[B씨/데이트 폭력 피해자 : 양쪽 팔을 잡고 흔들다가 이쪽 팔만 잡고 이렇게 때린 거죠 저를. 죽을 것 같으니까, 맞고 쓰러졌는데 잡고 일어나서 또 때릴까 봐 그때 저도 팔을 문 거죠.]
실제로 최근 3년간 데이트 폭력 사건의 5분의 1은 양측 모두 입건되는 쌍방 폭행이었습니다.
데이트 폭력 사건이 느는 것보다 증가 속도가 더 빨라 매년 500건 넘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경찰의 기계적 법 적용이 문제란 지적입니다.
[장윤미/변호사 : 먼저 폭행을 시도한 경우에 방어하는 과정에서 물리력을 행사한 것이라면 위법성이 조각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분별한 쌍방 폭행 입건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로 남는 만큼 더욱 사려 깊은 법 적용이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원형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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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보도에 대해 경찰은 기사에서 언급된 두 사건 모두 현장에서 계속 수사중인 사건으로 현장 CCTV확보 및 목격자 등을 상대로 신속하고 명확하게 조사하여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예정이며, 이와 동시에 데이트폭력사건의 특성을 감안하여, 정당방위 가능 여부도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