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업 10곳 중 3곳꼴로 돈을 벌어 이자도 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10년 이후 8년 만에, 즉 사실상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수준입니다.
미·중 무역분쟁이 최악으로 치달으면 이 비중은 40%에 육박할 것이라고 한국은행은 분석했습니다.
이미 3년째 이자비용도 내지 못해 퇴출 직전에 몰린 '한계기업'은 14.1%입니다.
한은은 20일 발간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지난해 외부감사 공시 2만 1천213개 기업의 평균 이자보상배율이 5.9로 전년(6.3)보다 하락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기업의 채무상환능력, 즉 돈을 벌어 이자를 얼마나 잘 갚을 수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대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7.5, 중소기업은 2.5입니다.
호황을 구가했던 전기·전자업종을 제외한 나머지 기업의 이자보상배율은 3.9로 2015년(3.5)이후 가장 낮았습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충당하지 못한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전체의 32.1%로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0년 이후 최대입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가 반등했던 당시 이 비중은 25.9%였습니다.
2014년 31.7%까지 높아졌다가 2016년 28.4%로 낮아졌지만, 2017년 다시 29.7%로 다시 높아졌고 작년에는 30%대를 넘어섰습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은 대기업(23.6%)보다 중소기업(34.0%)에, 업종별로는 조선(54.9%)·자동차(37.8%)·숙박음식(57.7%)·부동산(42.7%)에 집중됐습니다.
이자보상배율이 2년째 1에 못 미친 기업은 20.4%, 3년째는 14.1%로 전년 대비 각각 1.4%포인트(p)와 0.4%p 상승했습니다.
3년 연속 1 미만이면 통상 한계기업으로 불립니다.
한은은 "작년 들어 수익성이 저하되고 차입비용이 오르면서 이자보상배율이 하락하는 모습"이라며 "특히 수익성 악화가 이자보상배율 하락의 주요인이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한은은 경영여건이 악화할 경우, 특히 무역분쟁이 심해져 기업 매출에 전방위적 타격이 가해질 경우(매출액 3% 감소, 주력 수출업종 6% 감소)를 가정해 영향을 분석했습니다.
그 결과 5.9인 지난해 이자보상배율은 5.1로 더 낮아졌습니다.
대기업은 7.5에서 6.6으로, 중소기업은 2.5에서 2.2로 각각 하락했습니다.
이자보상배율 1 미만 기업의 비중은 32.1%에서 37.5%로 4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이들 기업에 대한 여신의 비중은 32.1%에서 38.6%로 상승합니다.
한은은 "수출업종 기업의 경우 향후 업황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만큼, 경영상황 변화를 면밀히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한은은 대외 충격에 집값 급락이 겹칠 경우 금융회사들이 받을 충격도 분석했습니다.
올해와 내년 세계·국내총생산이 각각 2.0%와 3.3% 줄고 집값이 15.6% 하락하는 것을 가정했습니다.
이같은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은행들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5.4%에서 12.5%로 내려갔습니다.
BIS 비율 규제 기준치는 10.5∼11.5%입니다.
상호금융 순자본비율(8.4%→7.7%), 저축은행 자기자본비율(14.3%→11.2%), 신용카드사 조정자기자본비율(22.9%→18.0%) 모두 하락하긴 하지만 기준치는 웃돌았습니다.
한은은 "무역분쟁 심화와 주택가격 하락이 동시에 발생하는 예외적 상황에서도 국내 금융회사는 규제 수준을 상회하는 자본비율을 유지해 복원력이 양호하다"고 평가했습니다.
다만 "개별 금융회사 차원에서 규제 기준보다 낮아지는 곳이 생길 수 있다"며 보험회사와 증권회사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비은행에서 은행으로의 '전이 효과'를 우려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