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한국과 일본 현대미술에 큰 발자국을 남겼으면서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온 재일 화가 곽인식 회고전이 열리고 있습니다. 국내 단독 전시회는 33년 만입니다.
이주상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의 상징이나 다름없는 원형 돌탑, 곽인식은 이 작품을 완성해놓고도 33년이 지나도록 그 존재감이 크지 않았습니다.
[윤범모/국립현대미술관장 : 재일 작가라는 특성 때문에 그렇게 크게 주목을 받지 못 한 것 같습니다.]
올해 탄생 100주년을 맞으면서 곽인식의 작품 세계가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왜곡된 신체에서 나타나는 초현실주의적 경향과 표현주의적인 붓 터치 등은 초기 곽인식 작품 세계의 방향을 알 수 있게 해줍니다.
현실에서의 갈등과 봉합을 표현하듯 유리를 깬 뒤 다시 접합했는데, 깨진 흔적에서 유리의 물성이 그대로 드러납니다.
한지는 표면을 끌로 찢어 한지로서의 물성을 극대화했고, 동판의 찢어진 부분도 꿰매어진 흔적이 동판 자체를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박수진/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 물질과 조우하고 물질과 대화하면서 서서히 변화해가는 과정, 그러면서 그것이 미술사에서 선구적인 위치를 점했다는 점에서 곽인식 작가의 작품은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는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또, 한국에서는 재일 화가라는 이유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지만, 1970년대 일본의 모노하와 한국의 단색화 화풍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점만은 분명하다는 평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