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핵능력을 증강하기 위해 낮은 수준의 저강도 핵실험을 비밀리에 실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미국 국방정보 기관의 주장을 러시아 외교 당국이 강하게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미 워싱턴DC 주재 러시아 대사 아나톨리 안토노프는 29일(현지시간)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기구를 포함한 국제사회는 러시아가 이 조약을 훌륭하게 준수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이 조약을 이미 오래전에 비준했지만 미국은 여러 해 동안 비준을 거부하고 있다"면서 "미국 측의 비난을 단호히 배척한다"고 밝혔습니다.
안토노프 대사는 "미국 측이 이의를 제기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도 놀라움을 불러일으킨다"면서 "(러시아와의)협의에서 밝히지 않고 언론을 통해 그렇게 했다. 이는 러시아뿐 아니라 군비통제 체제, 전략적 안정성 시스템 전체에 대한 잘 계획되고 조율된 공격임을 상기시킨다"고 지적했습니다.
러시아는 지난 1990년 10월 북극권의 노바야제믈랴 제도 시험장에서 핵실험을 한 것이 마지막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미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 수장인 로버트 애슐리 중장은 앞서 이날 워싱턴DC 허드슨연구소에서 열린 군축 포럼에 참석, "미국은 러시아가 아마도 '무수율'(Zero Yield) 실험 방식으로 모라토리엄을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믿고 있다"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습니다.
'무수율 실험'은 폭발 시 핵에너지를 거의 방출하지 않는 매우 작은 규모의 핵실험을 뜻합니다.
미국은 러시아가 무수율 실험을 하면서 CTBT를 위반했을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CTBT는 1996년 UN 총회에서 결의한 핵실험전면금지조약으로, 이전의 부분적 핵실험금지조약과 달리 모든 핵실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CTBT 기구에 따르면 현재까지 184개국이 조약에 서명하고 168개국이 비준했습니다.
조약이 발효하기 위해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거나 개발할 능력을 갖춘 44개국의 참여가 필요하나 현재까지 36개국만이 비준한 상태입니다.
주요 핵보유국인 러시아는 1996년 조약에 서명하고, 2000년 비준했습니다.
하지만 역시 핵강국인 미국과 중국 등은 서명은 했으나 비준 절차를 밟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