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 듯' 잿더미 된 처참한 현장…"전쟁터야" 한숨

하룻밤 사이 여의도에 맞먹는 산림과 건물, 주택,자동차, 생명까지 앗아간 고성·속초 지역 산불의 처참한 모습이 날이 밝으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속초 장천마을은 어둠이 걷히자 불에 완전히 탄 무너진 건물 여러 채가 매캐한 냄새와 함께 드러났습니다.

앙상하게 뼈대만 남은 비닐하우스 등 화마는 장천마을 20여 가구의 삶의 터전을 앗아갔습니다.

경로당에서 만난 한 주민은 "올해 논에 심을 볍씨를 보관하고 있던 비닐하우스가 불에 타 없어졌다"며 망연자실했습니다.

생업까지 빼앗겨 버린 주민들은 "농사를 망친 집이 한둘이 아니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한때 속초 주요 관광지로 주목받은 대하 드라마 '대조영' 세트장은 이번 산불로 폭격이라도 맞은 듯 초토화됐습니다.

목조 건축물은 모두 힘없이 무너져 내렸고, 돌로 쌓아놓은 성벽은 형태는 남았으나 기와나 나무는 종잇조각이 됐습니다.

세트장 곳곳에는 불에 타고 남은 나무 기둥과 하얗게 탄 기왓장만 나뒹굴었습니다.

속초 영랑동 한 폐차장은 폐허 그 자체였습니다.

불길에 타이어가 녹아버리면서 폐차들은 폭삭 주저앉았고 잔해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재가 눈처럼 날리고 타는 냄새가 진동했습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도 간밤 휩쓸고 간 화마에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봉포리 한 3층짜리 펜션은 맨 위층만 남겨놓고 모두 불에 탔습니다.

바로 앞에 주차돼 있던 차량에도 불똥이 튄 듯 네 바퀴가 모두 탔고 앞·뒷좌석의 유리창도 모두 박살이 났습니다.

토성면 인흥2리 토성농협농산물 집하장 창고를 가득 채운 비축미도 화마를 피해 가지 못했습니다.

1포대당 800㎏짜리 비축미 240포대가 산불로 못쓰게 돼버려 주민들도 망연자실한 모습입니다.

고성·속초 지역은 이번 산불로 산림 250㏊(250만㎡)와 주택 125채가 타고, 1명이 숨지고 11명이 다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