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스센터가 열리는 시간에는 거기서 비벼대고, 그게 안 되면 통신이 되는 카페에서 시간 보내다가 숙소에는 최대한 늦게 들어가서 잠만 자고 오는 출장이었다. 나폴레옹이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응접실>이라고 이름 붙였다는 산 마르코 광장은 출퇴근길에 지나다니는 곳에 불과했다. 힘든 출장을 마치고 돌아와 허탈해서, 다음 해 봄에 결국 휴가를 내고 다시 베니스에 가서 제대로 구경하고 온 기억이 있다.
행사일이 가까워질수록 숙소는 몇 배 가격으로 뛰어오르지만 그래도 숙소 위치가 가장 중요하다. 작은 섬들로 이뤄진 베니스는 행사가 벌어지는 섬에 숙소를 잡지 못하면 교통수단도 불편하기 때문이다. 곤돌라라고 하는 수상 버스나 수상 택시밖에 없어, 시간에 맞춰 움직여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다.
더구나 5월의 베니스는 미술과 상관없는 관광객들만으로도 꽉 차기 때문에 늘 심각한 몸살을 앓고 있다. 세계적 오버투어리즘의 대명사가 될 정도다. 지난 1987년 베니스를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한 유네스코는 오는 7월 베니스를 '위기에 처한 문화유산'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심사할 예정이라고 할 정도로 베니스의 상태는 심각하다.
이런 역설적인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2년 만에 다시 비엔날레가 열린다. 특히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특히 한국 작가 작품이 대거 소개된다. 한국 미술 관계자들은 물론, 전 세계 평론가와 애호가들에게 한국 작품이 얼마나 관심을 모을 지도 중요한 포인트가 되고 있다.
처음으로 전시회가 통째로 수출, 전시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해서 지난 2월까지 서울에서 열렸던 윤형근전이 비엔날레 기간에 그대로 전시되는 것이다. 베니스 시립 포르투니미술관 측의 초청으로 열리게 됐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김환기의 사위이기도 한 윤형근은 한국 단색화의 대표 화가로 꼽힌다.
또 하나가 더 있다. 한국 작가들의 팝업 프로젝트로, 국립현대미술관과 SBS 문화재단이 지난 2012년부터 선정해온 올해의 작가상 작가들이 펼치는 전시가 올해 처음으로 마련됐다. 여기에 가장 중요한 본 전시에 참가하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까지 포함하면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는 어느 해보다 다양한 장르로, 한국 작품들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 같다.
(사진=베니스 비엔날레 공식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