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자국으로 향하는 중미 출신 이민자 행렬(캐러밴·Caravan)을 원천 차단하고자 중미와 멕시코 남부 지역 개발에 총 106억 달러(약 11조9천700억원)를 지원하기로 했다.
이는 가난에 허덕이는 온두라스, 엘살바도르, 과테말라 등 중미 국가들과 멕시코 남부 지역 개발에 재원을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하고, 치안을 안정시켜 미국으로 향하는 불법 이민자가 원천적으로 생겨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구상에 따른 것이다.
마르셀로 에브라르드 멕시코 외교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멕시코시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미국이 중미와 멕시코 남부 지역 개발에 각각 58억 달러, 48억 달러를 원조하기로 약속했다"고 밝혔다고 우노TV 등 현지언론과 AP통신 등 외신이 보도했다.
기자회견은 중미 북부 삼각 지역 공동개발 계획을 담은 미-멕시코 성명을 에브라르드 장관이 낭독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에브라르드 장관은 "양국이 중미와 멕시코 남부 개발 계획의 진전상황을 점검할 워킹 그룹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이것은 멕시코를 위해 매우 좋은 뉴스라고 생각한다"며 "여기서 발표된 내용은 내년부터 시작될 멕시코 남부 지역에 대한 외국 투자가 두배 이상으로 늘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멕시코가 미국의 지원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지는 불투명하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정부는 이민 정책 관련 발표를 19일로 연기했다.
앞서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AMLO·암로) 멕시코 대통령은 중미 국가 국민이 미국 등으로 이민을 떠나지 않도록 민관이 합동으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200억 달러 규모의 '마셜 플랜'에 동참할 것을 미국 측에 요청한 바 있다.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그간 중미와 멕시코 남부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치안을 안정시켜 이른바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이 미국행 중미 이민을 줄이는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지난 1일 취임한 암로는 치아파스, 오악사카 등 남부 지역의 빈곤 개선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대표적인 정책은 카리브해 휴양지 캉쿤을 출발해 툴룸과 고대 마야문명 도시 유적인 팔렝케를 연결하는 이른바 '마야 열차' 사업으로 지난 16일 착공식이 열렸다.
암로 정권은 향후 5년간 남부 지역 개발에 250억 달러를 투입할 방침이다.
미국과 멕시코 간의 중미 개발 논의는 암로 취임 이후 급물살을 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로페스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지난 12일 전화로 멕시코를 포함한 중미 지역 개발과 일자리 창출 방안을 논의했다.
양국 정상간 통화는 미국이 멕시코에 체류하며 미국 망명 심사를 기다리는 대규모 중미 이민자 탓에 골치를 앓는 가운데 이뤄졌다.
유엔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순 이후 중미 출신 이민자 8천여명이 멕시코로 들어왔고, 이 가운데 3천300여명이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건너가기 위한 망명 절차를 밟고 있다.
최근 중미 이민자들의 미국 망명신청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멕시코가 이들을 수용하기로 미국과 합의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