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역사적인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의 위헌 여부를 둘러싸고 제기되는 논란을 서둘러 차단하고 나섰다.
군사분야 합의서 비준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완화에 속도를 내고 이를 비핵화 추동력으로 연결하고자 하는 구상이 법리적 논쟁에 발목 잡히지 않게끔 발 빠른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회의 동의가 필요한 조약의 요건을 규정한 헌법 제60조를 근거로 문재인 대통령이 이를 비준한 것은 위헌이라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청와대는 오히려 그러한 주장이 헌법에 반하는 것이라는 논리를 폈다.
김의겸 대변인은 24일 브리핑에서 "헌법 60조에서 말하는 '조약'은 문서에 의한 국가 간의 합의를 말한다"며 "북한은 헌법과 우리 법률 체계에서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군사합의서 비준을 비판하는 야당의 논리대로 헌법 60조에 따라 국회의 비준 동의를 얻고자 한다면 북한을 국가로 인정해야 하는데, 이는 대한민국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내용의 헌법 3조에 반한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는 국가로 인정하지 않는 북한과의 특수한 관계를 담아 2005년 제정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상 남북 간 합의는 조약이 아니라 남북합의서에 해당한다는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청와대는 남북합의서가 헌법상 조약과 관련한 규정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점을 뒷받침하는 헌법재판소 결정과 대법원판결까지 제시했다.
지난 1997년 국가보안법의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소원 당시 헌재는 결정문에서 "1991년에 체결된 남북합의서는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임을 전제로 하여 이루어진 합의문서"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남북합의서는 남북 당국의 성의 있는 이행을 상호 약속하는 일종의 공동성명 또는 신사협정에 준하는 성격에 불과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1999년 판결에서 1991년 체결된 남북합의서의 성격을 두고 "남북 당국이 정치적 책임을 지고 상호 간 성의 있는 이행을 약속한 것이기는 하나 법적 구속력이 있는 것은 아니어서 이를 국가 간의 조약 또는 이에 준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결국 헌법 제60조에 위반된다는 이유로 남북군사 합의서 비준을 국회의 동의권 침해라고 주장하는 것은 헌법해석에 관한 헌재 결정과 대법원 판례를 명백하게 위반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판단이다.
이러한 판단은 청와대 군사 분야 합의서 비준을 계기로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를 더욱 발 빠르게 이행하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가 남북 간 신뢰를 두텁게 하는 동시에 문 대통령의 중재역을 통한 북미 간 비핵화 협상에 속도를 붙이고자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남북 대립의 상징이었던 군사적 긴장을 해소하는 데 더욱 주력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연합뉴스/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