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은 명단에 없었지만, 해당 유치원이 '비리 유치원'이라 해도 그만두고 다른 유치원에 보낼 선택권이 학부모에게 없다는 점을 잘 알기 때문입니다.
정 씨는 "근처 병설유치원(국공립)은 어마어마한 경쟁률 때문에 추첨에서 떨어졌고, 집 앞으로 통원버스가 오는 사립도 거의 빈자리가 없는 곳들"이라며 "내 아이가 다니는 곳이 비리 유치원이라도 참고 아이를 보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습니다.
21일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 국공립유치원의 취원율은 25.5%로, 유치원생 4명 가운데 1명 정도가 국공립에 다니는 셈입니다.
주로 서울·부산·대전 등 특별시·광역시보다는 도 단위 지역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이 높습니다.
구도심보다는 신도시나 농어촌지역의 취원율이 높습니다.
서울지역(교육청·교육지원청 기준)의 경우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18.0%로 전국 평균을 밑돕니다.
정씨가 사는 강서·양천교육지원청 관할 구역은 이보다도 낮은 17.1%다.
유치원생 6명 가운데 1명 정도가 국공립에 다니는 경우에 속합니다.
취원율이 높은 강남·서초지역의 경우 25.2%로 전국 평균에 가깝지만, 가장 낮은 북부지역의 경우 9.5%로 한 자릿수입니다.
전국에서 제일 많은 유치원이 몰려있는 경기도도 사정은 비슷합니다.
양평(73.5%)과 가평(68.3%), 연천(50.3%)지역 등은 유치원생 절반 이상이 국공립유치원에 다니지만, 부천(19.7%), 평택(19.2%), 용인(17.2%), 안산(13.2%) 등은 국공립 취원율이 20%를 밑돕니다.
대전(18.8%)과 대구(17.5%), 광주(18.3%), 부산(15.8%) 등도 전체적으로 국공립 취원율이 낮습니다.
이에 비해 전남(52.2%)과 제주(49.2%)의 국공립유치원 취원율은 이미 정부가 2022년까지 달성하기로 한 40%를 넘겼고, 세종시의 경우 국공립 취원율이 96.2%에 이릅니다.
정부가 유아교육의 공공성 강화를 위해 국공립유치원 확대에 나섰지만 사립유치원이 많은 곳에서는 반발이 큽니다.
이 때문에 주로 농어촌이나 개발이 막 시작된 신도시 위주로 국공립유치원을 짓는 경우가 많습니다.
학부모들은 사립유치원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부가 국공립유치원을 계속 확충해 학부모에게 제대로 된 선택권을 줘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 청원인은 경기도 오산의 모 아파트 분양 당시 국공립유치원 부지가 예정돼 있었고 교육청 허가도 받았지만, 주변 사립유치원이 많다는 이유로 설립이 취소됐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부의 국공립유치원 40% 확대 방침에도 맞벌이 부부가 많은 도심 학부모들의 경우 제대로 혜택을 보지 못할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학 유아교육과 교수는 "유치원의 경우 시장 논리도, 국가 책임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40%라는 수치 달성만 목표로 하기보다 학부모가 제대로 된 선택권을 가질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증설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