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자영업 상황을 좀 더 알아보기 위해 '도쿄 프랜차이즈 박람회'를 다녀왔습니다. 일본 자영업자들은 어떻게 장사를 하고 있을까요? 프랜차이즈 본사들이 내세우는 수익 모델을 살펴봤는데, 일본 프랜차이즈의 특징을 한 눈에 알 수 있었습니다.
1. 이상적인 인건비는 매출 25% 미만
우선 찾아간 곳은 튀김덮밥(덴돈) 체인 '덴야'였습니다. 덴야는 국내외에 216개 점포를 갖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154개가 직영점이고, 44개가 개인가맹점입니다. (2017년12월 기준) 일본 프랜차이즈들은 직영점을 많이 운영합니다. 일본에 가게들이 많지만, 실제 자영업자 비율이 5.2%로 한국 21.3%보다 훨씬 낮은 이유입니다. (다만, 편의점은 예외입니다. 일본 편의점의 직영점 비율은 5% 미만으로 소비자 수요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본사에서 소수만 운영합니다.)
1) 가맹비 300만 엔
2) 가맹보증금 100만 엔
3) 점포디자인료 200만 엔
4) 35일간 2인 교육연수비 70만 엔 등
여기에 매달 가맹수수료(로열티)로 매출의 5%를 내야 하고, 본사의 상품발주 및 계산 시스템 이용료로도 3.5만 엔을 냅니다. 계약기간 5년에 계약갱신비는 100만 엔입니다. 덴야가 제시하는 사업성공 시뮬레이션은 아래와 같습니다. (83㎡ 30석 규모 기준)
일본 가게에선 점포를 관리하는 '점장' 자리가 중요합니다. 가맹점주가 직접 할 수도 있고 점장을 정직원으로 고용할 수도 있습니다. 위 표에서처럼 매월 인건비가 우리돈 1810만 원 수준이라면 점장과 함께 주방에도 정직원이 한 명 이상 있을 겁니다. 여기에 주방보조와 홀서빙 등에 아르바이트생 4, 5명이 일할 듯하네요. 즉, 덴야는 종업원을 꽤 많이 고용해야 가게가 돌아간다는 말입니다.
참고로 일본의 전국 최저임금은 평균 848엔(8500원)입니다. 하지만, 인력난으로 실제 대도시의 아르바이트 임금은 평균 1023엔을 넘었습니다. (아르바이트 정보사이트 리쿠르트 자료) 여기에 월 8만-10만 원의 교통비 지급도 필수입니다.
2. 임대료는 매출의 10% 이하로!
이밖에 덴야는 임대료와 화재보험 등으로 매출의 8.5%를 책정했습니다. 일본 창업 컨설턴트들도 통상 임대료 비율을 매출액의 10% 미만으로 억제하라고 조언합니다. 일본에선 건물주가 마음대로 임대료를 올릴 수 없습니다. 세입자가 거부하면 주변 건물의 시세자료를 모아 재판 소송을 걸어야 합니다.
일본 건물주들은 그래서 첫 세입자의 첫 임대료를 최대한 높이 부릅니다. 어차피 임대료 인상이 어렵기 때문에 장기간 안정적으로 장사를 잘 하는 가게를 원합니다. 물론 일본에도 악독한 건물주들이 많습니다. 정식으로 임대료를 올리기 어려우니까 계약서 상의 크고 작은 규정들을 내세워 세입자를 괴롭힙니다. "규정을 어겼으니 해약이다"라는 식입니다.
가맹점이 10곳 정도에 불과한 신생 프랜차이즈도 살펴봤습니다. 한국식 갈비덮밥과 순두부찌게를 메인메뉴로 하는 '한돈'이라는 곳입니다. 한식 프랜차이즈인데 사장님은 일본 분입니다. 일본 최초의 야키니쿠(구운고기집) 패스트푸드점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위 자료를 대충 번역을 하면요, ①갈비덮밥="직접 개발한 '제트 오븐'으로 빠르고 맛있게 고기를 굽는 조리를 표준화했다. 아르바이트생만으로도 운영이 가능하다." ②순두부찌게="자사 공장에서 매일 1인분의 식재료와 스프를 냄비에 넣어서 제공한다. 규정된 시간만큼 끓이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이 내용에 일본 식당체인들의 비밀이 있습니다. 1) 자기 공장에서 식재료를 대량으로 구매, 직접 가공하기 때문에 저비용을 유지합니다. 2) 각 점포에서 조리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조리기구를 개발합니다. 3) 조리방법을 표준화해 누가 어느 지점에서 만들어도 비슷한 맛이 나오도록 합니다.
신생 업체인만큼 가맹수수료를 매출의 2%까지 낮췄습니다. 그래도 초기 가맹비 200만 엔, 내외장 인테리어 최대 2800만 엔, 식기 조리기구 등 설비 150만 엔, 연수교육비 50만 엔, 기타 개업비용 150만 엔이 든다고 합니다.
이번엔 붕어빵집을 볼까요? 일본에는 정말 다양한 붕어빵집들이 있습니다. 핵심은 팥소(앙꼬)입니다. 우리나라에선 미니 붕어빵 정도는 있지만 거의 팥소 맛은 비슷하지 않나요? 일본은 팥소로 경쟁합니다. 경쟁이 있으니 상품 종류도 다양하고 장사도 잘 됩니다.
위 광고지엔 이런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기본은 세 종류의 심플한 상품 구성입니다. 도카치 지역 콩으로만 지은 '쓰부안', 국산계약 농가의 양배추를 사용해 달지 않은 맛으로 호평 중인 '오코노미야키 붕어빵', 소재와의 배합을 추구한 폭신한 '카스타드'. 여기에 제철 소재를 사용한 '계절 상품'을 라인업으로 판촉을 활성화하고 있습니다. 맛에 철저히 신경을 씁니다."
① 일본에선 지역 신선 농산물의 가치를 인정해줍니다. '도카치 지역'이 어딘지 잘 모르지만, "식재료에 신경을 썼구나"하는 이미지를 줍니다. ② 일본도 중국산을 많이 씁니다. 일본 식당에서도 '저희는 국산 쌀을 씁니다.'라는 글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③ 일본 사람들은 계절의 변화, 세월의 흐름을 중시합니다. 프랜차이즈들은 각 계절마다 계속해서 신상품을 내놓습니다. 큰 식당 체인들은 메뉴판을 1년에 기본 4번 바꿉니다.
일본 프랜차이즈의 특징은 이렇게 많은 종업원 고용을 상정하고 있다는 겁니다. 인건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해 가맹점주가 모든 업무를 다 떠안는 시스템을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 자영업자들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사장님들이 직접 뛰어다닙니다. 또 장사를 가업으로 하는 경우가 많아 저임금을 받는 '가족 종사자'가 많습니다.
자영업이라고 하면 커피숍도 빼놓을 수 없죠. 일본 5대 커피숍(점포수) 순위는 아래와 같습니다.
1위 스타벅스 1315개
2위 도토루 1150개
3위 고메다커피 776개
4위 다리즈Tully's 688개
5위 프론토PRONTO 282개
이밖에도 일본 전역에 커피숍 브랜드가 100개가 넘습니다. 'Key's cafe'도 그 가운데 하나입니다. 100㎡의 큰 점포를 기준으로 수익 구조를 제시해놓았습니다. 여기서 잠시 원재료 상품원가를 살펴보니 키스 카페도 그렇고 위 다른 프랜차이즈들도 그렇고, 대부분 매출액의 32% 안팎이군요.
1) 가맹비는 안 받습니다.
2) 가맹보증금 100만 엔
3) 상표권 관리비 30만 엔
4) 교육연수비 5만엔+강사교통비 등 별도
5) 설비감리비 150만 엔
6) 점포공사비 2100만 엔
7) 커피기구 구입비 700만 엔
8) 개업 비용 100만 엔
=총계 3185만 엔(3억2100만원)
또 다른 커피숍 브랜드 '오란도 커피점'를 볼까요? 이곳은 커피 중심이라기보다 식당에 가까운 듯합니다. 각종 식사를 함께 제공해 객 단가를 900엔 이상으로 높였다고 선전하고 있습니다. 80석 130㎡ 점포의 모델 수익 구조입니다.
오란도 커피숍은 오전 7-11시 음료 손님들에게 150엔만 추가로 내면 토스트와 계란을 제공하는 상품을 내놓았군요.
이밖에 박람회장에서 주목을 끈 곳은 '동전 세탁기' 사업이었습니다. 세탁건조기 5대+건조전용기 5대를 66㎡ 공간에 넣어 개업을 하는데 3850만 엔(3억8800만 원)쯤이 든다네요. 그럼 월 매출 80만 엔에 영업이익은 월 29만 엔이 나온다고 선전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