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에게 주어지는 산업재해 연금을 타내려 배우자 사망 3일 전 '허위 혼인신고'를 한 90대 여성이 연금 지급이 거부되자 소송까지 냈지만 패소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이모(91·여)씨가 "미지급된 장해보상연금 차액 일시금을 지급하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습니다.
남편과 사별한 이 씨는 슬하에 7명의 자녀를 둔 상태에서 2012∼2013년께 사위의 소개로 20세 연하인 A씨를 알게 됐습니다.
1948년생인 A씨는 2007년 공사 현장에서 작업 중 다쳐 두 다리를 잃었고,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장해등급 2급 결정을 받아 장해보상연금을 받아오고 있었습니다.
이 씨의 사위 등은 A씨를 도와주면서 산재보험급여를 관리해 왔고, 이 씨는 2016년 사위 등의 권유로 A씨와 혼인신고를 했고, 3일 뒤 A씨는 사망했습니다.
이 씨는 혼인신고를 근거로 A씨 유족 앞으로 나올 연금을 일시금 형태로 줄 것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 씨는 작년 11월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이씨는 "A씨가 불쌍하단 생각이 들고, 산재 급여로 공동생활도 가능해 쌍방이 좋은 일이라 생각했다"며 "혼인 의사를 갖고 혼인신고를 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이 씨가 A씨와 참다운 부부관계를 설정하려는 의사가 없음에도 사위 등이 산재보험급여를 실질적으로 이용하게 할 방편으로 혼인신고에 이르렀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씨의 나이가 A씨보다 무려 20세가 더 많은 점, A씨가 전 부인과 이혼신고를 한 날로부터 9일 만에 혼인신고가 이뤄진 점, 그로부터 3일 만에 A씨가 사망한 점, A씨를 알게 된 후 별다른 교류가 없다가 갑자기 혼인신고를 한 점, 혼인신고 당시 A씨의 인지 기능에 문제가 있던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습니다.
A씨와 이 씨의 혼인을 주선한 것도 A씨가 사망하면 이 씨를 통해 산재보험 급여를 이용하려는 목적이 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재판부는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