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정부가 전국의 초등학교와 유치원에 공기정화장치를 들여놓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이미 공기청정기를 놔둔 교실에 가봤더니, 먼지는 없어지는데 대신 이산화탄소는 확 올라갔습니다.
뭐가 문제인지 장세만 기자가 짚어봤습니다.
<기자>
1학년 학생 24명이 수업받는 초등학교 교실, 미세먼지를 걸러주는 공기 청정기 덕분에 교실 내 먼지 농도는 40%가량 줄었습니다.
그런데 엉뚱한 부작용이 나타납니다. 수업 시작 직후 570피피엠 정도이던 이산화탄소 농도가 치솟기 시작합니다.
불과 40여 분 만에 학교보건법상 이산화탄소 기준치의 2배 가까이 증가합니다.
미세먼지가 들어오지 않도록 출입문과 창문을 닫은 채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다 보니 아이들이 호흡하면서 뱉어낸 이산화탄소가 교실에 가득 찬 겁니다.
[이수형 교수/서울시 서남병원 가정의학과 : 이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가게 되면 두통, 어지럼증, 쉽게 피곤하고 졸리는 등의 증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현재 미세먼지 정화 장치가 설치된 초등학교 대부분은 이 공기청정기를 쓰고 있습니다.
미세먼지와 이산화탄소 모두 관리 가능한 기계식 환기설비 등 방안이 있지만, 문제는 공기청정기보다 두 세배 비싼 설치 비용이라는 게 교육부의 하소연입니다.
결국 3년 안에 전국 모든 초등학교와 유치원 교실에 공기정화 장치 설치를 끝내려는 조급증이 미봉책을 부른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지역별 미세먼지 심각성과 학교 여건별 우선순위를 따지는 맞춤형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