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첩조작 위증 수사관 징역 1년 구형…피해자, 엄벌 호소

검찰이 무죄로 누명을 벗은 재일교포 2세 간첩사건의 재심에서 가혹 행위가 없었다고 위증한 옛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의 전직 수사관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습니다.

검찰은 오늘(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성은 판사 심리로 열린 전 보안사 수사관 고 모씨의 위증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한 가혹 행위로 피해자들은 고통의 시간을 보냈다"며, "잘못을 바로잡을 기회가 주어졌지만, 명예회복을 위한 재심 사건에서도 허위증언을 해 실체 발견을 어렵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고씨는 최후진술에서 "인간의 도리를 다하지 못한 점 대단히 죄송하다. 진심으로 부끄럽고 수치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반성문과 사과의 말이 부족하더라도 용서해주길 바란다. 염치없지만 선처를 바란다"며, 재판장, 피해자, 검사를 향해 차례로 고개를 숙였습니다.

고씨 변호인은 "대신해서 사죄드린다"면서도 "당시 수사 방식은 관행이었다는 점도 고려해달라"고 말했습니다.

오늘 재판에서 간첩 조작 사건 고문 피해자 4명도 발언 기회를 가졌습니다.

윤정헌씨는 "구형은 너무나 가볍다. 100년, 200년은 살아야 한다. 보안사 전체 대표라고 생각하면 죽을 때까지 감옥에서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햇습니다.

다른 피해자 박모씨는 "5년 징역을 살고 석방되기 일주일 전 피고인이 부르더니 '이번에 가더라도 떠들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했다"면서 "우리한테는 용서라는 글자가 없다"며 엄벌을 요구했습니다.

피해자 측 대리인은 "사회 상황상 어쩔 수 없었단 취지로 말하지만, 당시 분위기 형성에 적극적으로 협조한 자"라며, "몇십 년간 수사관으로 일하고 훈장, 연금, 포상금을 탔는데 속된 말로 1년이면 싸게 먹힌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고씨는 2010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윤씨 재심에 증인으로 출석해 '구타나 협박 등 가혹 행위를 했느냐', '허위 자백을 유도한 사실이 있느냐'는 등의 질문에 "없다"고 답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법원은 지난 2일 피고인 신문 중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를 들어 직권으로 구속영장을 발부해 고씨를 구속했습니다.

선고는 다음 달 28일 오후 2시에 내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