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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그알' 故염순덕 상사 아내 "군대에서 우린 성가신 먼지였다"

[인터뷰] '그알' 故염순덕 상사 아내 "군대에서 우린 성가신 먼지였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연출 이큰별 PD)는 2주에 걸쳐 육군상사 염순덕 피살사건을 다뤘다. 두 아이의 아버지, 한 여성의 남편, 육군 소속 군인이었던 故염순덕 상사는 타살됐지만 17년 동안 그 이유는 은폐됐다.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이후 시청자들은 분노와 실망감으로 들끓었다.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3일 오전 기준 40여 건의 故염순덕 상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규명을 청원이 올라왔다. 남편의 억울한 죽음에 제대로 슬퍼할 겨를도 없이 6세, 3세 아들들을 데리고 차가운 세상으로 내몰렸던 박선주 씨는 국민들의 그 마음이 고마워 눈물을 흘렸다.

박선주 씨는 2016년 재조사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은폐됐던 진실을 마주하면서 또 다른 배신감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는 “남편이 떠난 뒤 유족은 그들에게 먼지와 같은 존재였다. 어서 떠나주기를 바라는 그런 존재였다.”면서 “군대 내에서 발생한 이런 억울한 죽음은 제발 우리로서 끝나기를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Q. ‘그것이 알고싶다’가 이례적으로 2편 방송이 되면서 국민적 관심을 모았다. 방송을 통해 당시 경찰 수사에 있어서 담당 수사관이었던 이중위의 비상식적인 행적 등  불편한 진실과도 마주해야 했다. 방송을 지켜본 마음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마음이 많이 복잡했다. 남편이 저 세상으로 떠난 뒤 의지할 곳이 없었다. 내쫓기듯 군인 아파트에서 나올 때 이 경위에게 ‘이사간다’고 전화를 걸었었다. 내가 믿었던 분이었다. 남편이 안타깝고 아이들이 불쌍했다고 했다. 그렇게 전화했을 때만이라도 ‘사실은 이런 부분이 있었다’는 귀띔이라도 해줬다면 17년 간 아무것도 모른 체 살진 않았을 텐데. 2016년 재수사 전까지는 단독범행이라고만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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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용의자가 2명이라는 사실조차 몰랐다는 것인가.(군과 경찰 합동수사팀은 당시 故엄순덕 상사의 사체 머리맡에서 담배꽁초 두 개를 발견했고, 각각 홍 준위와 기무사 대원 이 중위의 DNA를 검출한 바 있다.)

“몰랐다. 2002년에 이사와서 이 경위가 군인 세명이 찍은 명함판 사진을 보여줬다. 그러면서 세 사람 중에 범인이 있는데 용의자 홍 준위가 가장 유력해 보인다고 했다. 기무사 대원 2명은 어차피 소속도 다르니 전혀 생각을 못했다. 왜 이 중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는지 아무리 생각하려 해도 할 수가 없다.”

Q.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이 경위를 찾아갔다는 모습이 방영이 됐다. (이 경위는 담배꽁초 2개에서 각각 홍 준위와 이 중위의 DNA가 검출된 직후 어디서 수거했는지 불명확한 담배꽁초 두 개를 국과수에 추가 의뢰했다. 심지어 한 꽁초에서는 동료 경찰관의 DNA가 나왔다. 결과적으로 국가수에 추가 의뢰한 담배꽁초 두 개는 수사에 혼선을 줬다.)

“이 경사가 궁지에 몰려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대체 왜 담배꽁초가 머리맡에서 나왔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나’라고 묻자 ‘얘기했는데 유족이 경황이 없어서 기억을 못하는 것 같다’도 답했다. 정말 화가 났다. 매일 남편만 생각하고 사는데 담배꽁초 얘기를 들었다면 어떻게 잊겠나. 그 답을 듣고 배신감이 들었다. 남편이 떠나간 뒤 군에서 버림 받았다는 생각이 들면 그래도 경찰이 보호해줬다는 마음으로 버텼다. 이 경사의 업무 미숙인지, 무능인지, 조작과 은폐인지 여전히 진실을 모른다.”

Q. 유족으로서 담배꽁초와 관련해 경찰의 수사는 납득하기 어려웠다고 충분히 생각이 된다.

“재수사를 담당하는 김보연 형사님에게도 그렇게 얘기했다. 수사상 얘기할 수 없었다는 답을 하다가 이 경사님이 나중에는 나에게 뒤집어 씌웠다. 기무사 이 중위를 보호하고자 수사했던 게 아닌가 의혹을 씻어낼 수가 없다. 그건 남편을 위한 수사가 아니지 않나. 업무 무능력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다른 진실이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괴롭다. 표창원 의원께도 말씀 드렸다. 누군가 옷을 벗고 그런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유족들을 그 진실이 무엇인지 꼭 알고 싶다고 말이다.”

Q. 한순간에 남편을 잃은 슬픔도 컸겠지만 하루아침에 아버지를 잃은 어린 자녀들의 아픔도 컸을 것 같다. 자녀들도 ‘그것이 알고싶다’를 봤는지. (박선주 씨는 염순덕 상사의 피살 이후 아이들에게는 수년 동안 교통사고로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것이라고 사망과 관련해 숨겨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큰 아이가 6세 때 아버지를 잃었다. 7세 때 헌병대에서 부르기에 아이를 맡길 곳이 없어서 큰 아이를 데리고 간 적이 있다. 아이가 그곳에서 어쩌다가 아버지가 사망했을 당시의 사진을 보게 됐다. 큰 충격을 받았다. 그 전까지는 5층 창틀에도 잘 앉아있고 겁이 없던 아이가, 에스컬레이터도 못타고, 3층 유리건물 계단도 못 내려갈 정도가 됐다. 불안증세가 심했다. 스무살 때까지 주의력결핍 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것이 알고싶다’를 큰 아이에게 보지 말라고 했고 큰 아이도 보고싶어 하지 않았다. 작은 애하고 함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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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방송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염순덕 상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규명해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수사와 관련된 비리를 파헤쳐달라는 목소리도 높다.

“아이들을 물론 가까운 지인들도 모르고 살았던 남편의 억울한 죽음이 방송을 통해서 알려지고 난 뒤 많은 분들이 ‘한을 풀어달라’고 외쳐주셔서 감사했다. 글만 읽어도 눈물이 났다. ‘그것이 알고싶다’의 1~2회 방송이 나간 뒤 사람들이 함께 분개해줘서 감사했다. 누구나 군인인 아들을 둔 가족일 수 있고, 이렇게 거짓말처럼 하루아침에 억울한 상항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에 공감해주셔서 감사했다.”

Q. 방송 말미에 국가를 상대로 배상책임을 물을 계획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가장 바라는 것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애들 아빠가 단순 사망으로 되어 있는데, 뒤늦었지만 순직처리가 되어 현충원으로 옮기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원하는 거다. 애들 아빠는 군인이었고, 군대 내 회식이 아니었다면 술을 마시지 않았을 테고, 위수지역을 이탈한 것도 아니었다. 소송보다도 지금으로서는 뒤늦게라도 순직처리가 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Q. 많은 사람들이 군인의 가족으로서 군대 내에서 발생하고 은폐된 이 사건에 대해서 문제의식에 동참해줬다. 군대 내 의문사를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무엇을 가장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

“억울한 죽음은 우리로서 끝나기를 바란다. 군이든 경찰이든 그 안에서 진실규명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군에서는 다 같은 전우다. 그리고 우리는 전우의 가족이었다. 2001년 남편이 세상을 떠난 뒤 내가 느꼈던 건 전우가 세상을 떠난 가족은 ‘먼지’와 같은 신세였다는 거다. 하루 빨리 떠나줬으면 하는 먼지 말이다. 군에서 나라를 위해 일했던 전우가 사망한 이후 벌어진 일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나에게는 아들이 두명이나 있지만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은 게 솔직한 마음이다. 당연히 국민이라면 병역의 의무를 져야 하지만 남편의 일을 겪고 나서는 불안하다. 이렇게 불안해 하는 군대의 구조가 바뀌기를 바란다. 사고가 일어나도 철저한 진상규명이 될 수 있는 투명한 구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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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염순덕 상사는 2001년 12월 11일 밤 11시 40분경 가평군 102번 도로에서 대추나무 몽둥이에 가격당해 살해당했다. 유력한 용의자는 사망 직전 술자리를 함께했던 수송관 홍 준위와 기무사 대원 이 중사였다.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가 폐지되면서 2016년 이 사건의 재수사가 진행됐고 새로운 진실들이 드러났다.

홍 준위와 이 중사가 사건 직후 알리바이 조작했으며, 사체 머리 맡에서 강력한 물증인 두 사람이 피우고 버린 것으로 보이는 담배꽁초 2개가 발견된 것. 하지만 헌병대와 경찰의 이해할 수 없는 부실한 수사와 기무사의 수사방해 의혹들이 속속 밝혀지며 故염순덕 상사의 피살사건은 군대 내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회자되고 있다.


     

(SBS funE 강경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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