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외신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중국을 전격 방문한 데 대해 남북,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한반도 상황이 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외신들은 전문가를 인용해 이 시점에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를 복원해 이를 지렛대로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중국도 북핵과 한반도 문제에서 다시 주도권을 잡으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을 내놨습니다.
27일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김정은이 2011년 권좌에 오른 후 첫 외국 순방인 이번 방중이 "미국이 오는 5월로 예정된 비핵화 회담에 대해 더욱 강경한 노선을 취하는 와중에 중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노력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방문은 김정은의 국제무대 데뷔"라며 "김정은이 트럼프와 위험한 외교 기회를 이용하려고 하는 상황에서 중국의 지지와 조언을 소중히 여기거나 필요로 한다는 사실을 시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NYT는 김정은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깜짝 회담이 "북한 핵무기 프로그램을 둘러싼 '외교 러시'를 한층 더 복잡하게 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양시위 중국 국제문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분명히 김정은이 베이징과의 껄끄러운 관계를 복구하려고 시도했지만 핵무기를 선뜻 포기하겠다는 점을 시사하지는 않았다"며 "비핵화에 대해 양보할 수도 있다는 새로운 게임을 시작한 것"이라고 NYT에 밝혔습니다.
교도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안보 분야 요직에 강경파 인사들을 임명한 점을 언급하며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지원을 받아 미국과 협상하기를 바라는 것 같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중국도 앞으로 몇 달 안에 열릴 한반도 행사의 방향을 좌우할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북한과 가까워지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습니다.
서방 언론 가운데 김정은의 방중설을 처음 보도했던 블룸버그통신은 "김정은의 방중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중국이 북한 편으로 돌아왔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또 김정은은 단기적으로 대북제재 완화를, 장기적으로는 김씨 일가의 이익을 보호하면서 한국전쟁을 공식 종전할 수 있는 평화 협정을 원할 것이라고 블룸버그는 전망했습니다.
블룸버그는 "각국 정상이 김정은을 직접 만나려고 아시아에서 외교 접촉이 분주하게 벌어지는 와중에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했다"고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장바오휘 홍콩 링난대 교수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중국이 김정은을 그들의 편으로 유지하려고 '올리브 가지'(화해의 손짓)를 내밀었을 수 있다"며 "중국이 김정은에게 미국과의 핵 협상을 완료하도록 독려하면서 대규모 경제 원조를 제공할 수 있다고 추측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같은 중국의 접근은 앞으로 열릴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결국 북핵 6자회담 체제로 복귀하는 길을 열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블룸버그는 설명했습니다.
청샤오허 중국 인민대 교수는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서 "한반도에서 극적인 연극이 시작하기 전 역사적인 순간에 중국은 스포트라이트를 잃은 상황이었다"며 김정은의 방중으로 중국의 역할이 회복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장롄구이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교수도 "북핵 문제는 북미관계 이슈가 아닌 지역 안보 이슈여서 북한과 미국의 협상에만 의존해서는 해결될 수 없다"고 WP에 밝혔습니다.
블룸버그는 이번 북중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무역 전쟁에 직면한 중국에 더 많은 지렛대를 준다"고도 평가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미국과 대만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하는 '대만여행법'에도 서명해 중국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