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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3만 6천 번의 망치질로 탄생…중국 전통 솥 '웍'

중국요리의 독특한 조리법 중 하나는 강한 불에 식재료를 재빨리 볶아내는 것입니다. 고온 속에서 성질이 바뀌고 양념이 스며들어 식재료는 순식간에 맛있는 요리가 됩니다.

이런 요리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은 중국전통의 철솥입니다. 우리에겐 광둥어로 웍이라고 알려진 중국 철솥의 역사는 2천여 년 전 한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전통 철솥은 2cm 두께의 철판을 일일이 망치로 두드려 만듭니다. 12번의 공정을 거치며 둔탁했던 철판은 서서히 솥의 모양을 갖춰갑니다.

무려 3만 6천 번의 망치질을 거쳐 얼굴이 비칠 만큼 표면이 매끈해져야 비로소 합격점을 받게 됩니다.

전통방식의 철솥은 열이 골고루 전해뿐 아니라 튼튼하기까지 해 세계 최고의 볶음요리를 만드는 주방장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조리도구가 됩니다.

[왕리팡/중국 철솥 장인 : 이런 노력이 없으면 상품을 만들 수 없습니다. 내가 솥을 속이면 솥도 나를 속입니다. 예쁘게 만들어지지 않아요.]

20여 년 전 기계로 생산된 저렴한 철 솥에 밀려 겨우 명맥을 잇고 있던 전통 수제 철솥은 요즘 들어 다시 전성기를 맞고 있습니다.

음식문화를 다룬 중국 관영 CCTV의 다큐멘터리 방송에 소개되면서 중국인들이 전통 철솥의 매력을 다시 깨닫게 된 것입니다.

최신기술을 적용한 대량생산 제품보다 많게는 서너 배 비싸지만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습니다.

[왕뉘스/소비자 : 전통의 느낌이 살아 있잖아요. 전통공예품이면서 생활에도 밀접한 물건입니다.]

판매점마다 손님들이 무더기로 제품을 사다가 보니 오프라인은 물론 온라인에서도 품귀현상을 빚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작업방식으로 만드는 전통 철솥의 생산을 급격히 늘리는 건 불가능합니다.

[류즈무/전통철솥업체 사장 : 일시적인 광풍으로 구매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물건을 만드는 장인들은 진정한 가치를 알아주는 분을 원합니다.]

전통 철솥 생산업계는 다시 살아난 소비자들의 관심을 반기고 있습니다.

그러나 열풍이 식으면서 예전처럼 대량생산된 제품에 밀려 또다시 사라질 위험에 처하지는 않을지 불안한 마음도 여전히 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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