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여름 한국무역협회는 일본에 취업 중인 한국인 143명을 설문 조사해서 그해 11월 '일본취업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자료를 발표했습니다. 설문대상자의 71.2%는 일본 근무 2년 미만의 신입사원들이었습니다. 우선 이들을 통해 우리 젊은이들의 일본 취업 상황을 대충 정리해보겠습니다. 아래 표들을 보시죠.
▶▶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에 들어갔습니다.
▶▶ 42.1%는 직원 100명 이하 중소기업에 취업했습니다. 일본엔 직원 50명 안팎에도 건실하게 운영되는 기업들이 많습니다.
▶▶ 역시 IT업종 근로자가 많습니다. 우리 정부가 IT 분야의 취업을 적극 지원하기 때문인 듯합니다.
▶▶ 낮은 급여에 불만을 가진 사람이 43.9%입니다만, 또 4명 가운데 1명은 회사에 특별한 불만이 없다고 답했습니다.
이처럼 일본 취업에서 반드시 알아둘 점은 일본 기업의 초임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겁니다. 대기업들은 20만 엔 정도의 월급이 보통이고, 작은 기업일수록 오히려 인재 확보를 위해 25만 엔까지 급여를 높이 부릅니다.
반드시 알아둬야 할 개념이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테도리'(手取り/손에 실제 쥐는 소득)입니다. 월급[기본급+추가근무 수당+교통비 등 실비정산 수당]에서 세금[소득세+주민세] 그리고 사회보장료[건강보험료+연금+고용보험료 등]을 뺀 정말 생활비로 쓸 수 있는 돈을 말합니다. 통상 총급여의 75~80% 정도입니다. 일본인들도 취업을 하거나 이직을 할 때 데도리를 중심으로 판단합니다. 이 데도리를 기준으로 생각하면 일본 취업 생활이 더욱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일본의 생활비는 어느 정도일까요? 공식 자료들을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우선 일본 공무원들의 월급을 결정하는 일본 인사원이 제시한 월간 표준생계비입니다.
그런데, 일본 최대 노동단체인 전국노동조합총연합(젠노렌)의 자료는 다릅니다. 2016년 4월 제시한 최저생계비입니다.
종합해보면 일본의 월간 생활비는 인사원의 11만 6천 560엔에서 젠노렌의 19만 1천 406엔 사이일 듯합니다. 테도리(手取り)로 따져보면 일본 젊은이들의 생활은 더욱 넉넉치 않습니다. 이 때문에 일본 젊은이들은 한국 젊은이들에 비해 훨씬 검소하고 조용히(?) 살아갑니다. 우리 젊은이들 가운데선 이런 일본 생활이 맞는 분도 있고 안 맞는 분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좀 더 작은 회사에서 좀 더 많은 월급을 받거나 월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사택 기숙자를 제공하거나, 주택수당을 주는 업체를 선택하는 분도 있습니다.
물론 일본의 급여 생활자들이 늘 우울한 것은 아닙니다. 일본은 입사 7~8년차부터 월급이 빠르게 상승합니다. 책임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만큼 월급도 오릅니다. 앞서 나온 2016년 후생노동성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 자료에서 연령별 월급 자료를 살펴보겠습니다. (4만 9783개 회사 조사/다양한 형태의 근로자들 모두 포함)
'표준근로자', 즉 대학 졸업 후 곧바로 취업해 계속 한 기업에 일해온 사람들을 따로 조사한 자료도 있습니다. 2017년 6월 후생노동성 임금구조 기본통계조사 자료입니다. 이 자료엔 연간 보너스 수당도 다 포함돼 있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실제 생활 자금으로서의 테도리 개념도 잘 생각해야 합니다. 한국 젊은이들 가운데는 일본 급여생활의 답답함과 외로움을 견디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그나마 우리 젊은이들이 많이 취업하는 IT업계는 급여가 좀 더 높은 편입니다. 일본 IT업계는 철저한 하청구조입니다. 아래 표는 대기업까지 포함한 조사결과라서 꽤 높습니다. (기준은 연봉입니다.) 근데, 제가 아는 IT업계 관계자는 "하청 단계가 한 단계 내려갈수록 평균보다 15%씩 낮아질 것"이라고 하더군요.
제가 너무 갑갑하게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 사람들보다 더 좋은 대접을 받기를 바랍니다. 7, 8년 성실히 일하면 생활이 빠르게 좋아진다는 것도 분명합니다. 또 힘든 한국 취업시장과 비교하면 훨씬 낫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가서 취업하라"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의미한다는 사실도 알아야 합니다. 마지막 편에선 일본 취업비자 이야기와 일본 취업 한국인들의 다양한 충고를 전해드릴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