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오늘(21일) 8시 뉴스는 우리 현대사에서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장면들이 담긴 빛바랜 사진들로 시작하겠습니다. 지난 37년 동안 기무사에 감춰져 있던 5·18 민주화운동 사진첩 6권을 SBS가 입수했습니다. 민주화운동 가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 증거물로 찍거나 모은 사진들입니다. 당시 5·18을 내란으로 규정했던 군사재판을 촬영한 컬러사진 52장이 포함돼 있는데 5·18의 진실을 증언하는 중요한 역사적 자료가 될 걸로 보입니다.
오늘 첫 소식, 정성진 기자의 단독 보도입니다.
<기자>
80년 5·18 민주화운동 뒤 광주 상무대에서 열린 군사재판 장면은 기무사 사진첩 제7권에 담겨 있습니다.
80년 9월 12일 첫 공판부터 다음 달 25일 1심 선고 때까지 재판부와 피고인들 그리고 방청객들의 모습이 컬러사진 52장에 상세히 담겼습니다.
전남대 복학생으로 주모자로 몰렸던 정동년 전 광주 남구청장과 홍남순 변호사, 정상용 전 국회의원의 당시 모습입니다.
[정상용/5·18 군사재판 피고인 : 저도 처음 봤네요. 그동안 내놓지를 않아서. 다 폐기됐다 그래 가지고, 내놓지를 않았습니다.]
무장한 헌병들이 피고인들 사이사이에 앉아 살벌한 분위기입니다.
[정동년/5·18 군사재판 피고인 : 분위기는 아주 공포 분위기였죠. 변호사도 변호를 못했다니까. 그냥 '잘못했지' 그러고…]
고문으로 조작된 내란 혐의를 인정할 수 없다면서 재판부를 등지고 최후 진술을 했던 정상용 전 의원은 재판부 가운데 소리 없이 눈물 흘린 이도 있었다고 증언합니다.
[정상용/5·18 군사재판 피고인 : 그 사람도 재판 과정에서 '이건 정말 너무나 억울하다' 하는 걸 느꼈기 때문에 그렇게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사진첩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주범으로 지목한 이른바 내란 범죄 개요도도 실렸습니다.
재판 시작 불과 한 달여 만에 정동년 씨 등 5명에게 사형, 홍남순, 정상용 씨 등 7명에게 무기징역이 선고됐고 다섯 달 뒤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됐습니다.
하지만 5·18 이듬해인 81년 12월 모두 감형이나 사면으로 풀려났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연속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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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이홍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