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샘에 이어 현대카드에서도 사내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는 등 최근 인터넷에는 직장 내 성범죄를 고발하는 여성들의 글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습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최근 5년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고용 관계에 놓인 피고용자가 고용자에게 성폭력을 당한 사건은 2012년 207건에서 2016년 294건으로 40% 이상 증가했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이나 성폭력은 상급자와 하급자, 고용주와 피고용자 등 권력관계에서 주로 발생합니다. 적발된 사례들의 경우도 우월한 지위를 가진 상급 직원이 가해자인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고위직의 직장 내 성희롱, 성매매, 성폭력 예방 교육 참여는 저조한 상황입니다.
여성가족부의 '최근 3년간 공공기관 폭력예방교육 기관장 및 고위직 미참석 기관 현황'에 따르면 국가기관 국장급, 공직유관단체 임원급, 대학 전임교수 이상 등 고위직의 성교육 참여율은 3년간 70% 안팎에 머물러 있었습니다.
■ 성희롱 피해자 10명 중 7명은 견디다 못해 퇴사…
제대로 된 사내 성교육이 부족한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직장에서 성희롱, 성폭력 피해가 일어나도 구제받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심지어 성희롱을 당하고도 전근, 해고, 감봉, 승진 제한과 같은 불이익 처분, 직장 내 따돌림 등 2차 피해를 겪는 피해자들도 많습니다.
지난 7월 서울여성노동자회가 '직장 내 성희롱이 피해자 심리 정서에 미치는 영향과 성희롱 문제 제기로 인한 불이익 조치 경험 실태조사'를 발표했는데요.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벌인 이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3명 중 57%에 달하는 58명이 성희롱 문제 제기 이후 회사로부터 불이익 조치를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1999년 남녀고용평등법에 직장 내 성희롱 관련 규정이 신설됐지만 전문가들은 해당 규정이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현행법에 따르면, 성희롱 가해자에 대한 내부 징계 수위는 오롯이 사업주의 재량으로 결정됩니다. 성희롱 2차 피해에 대한 규정도 모호한 상황입니다.
서울여성노동자회 김정희 팀장은 "성희롱, 성폭력 범죄는 피해자의 주관적 관점을 중시하다 보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실제 피해자들이 구제받지 못하는 것은 큰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기획·구성: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