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예멘 내전의 비극…소녀는 꼬마각시 소년은 군인으로

2년 반째 이어지는 예멘 내전으로 산산이 조각난 가정들이 돈 몇 푼에 자녀를 강제 결혼시키거나 전장으로 내몰면서 아이들이 전쟁의 최대 피해자로 전락하고 있습니다.

9일(현지시간)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올해 15살이 된 예멘의 모흐시나라는 한 소녀의 사연을 소개했습니다.

예멘에서는 지난 2015년 3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에 우호적인 시아파 반군 후티의 확장을 막으려고 개입하면서 내전이 본격화해 2년 반 동안 1만여 명의 희생자를 내고 국민 대부분이 긴급 구호가 필요한 인도주의적 위기 상황에 처했습니다.

모흐시나의 가족은 아버지가 다니던 수도 사나의 감자칩 공장이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 동맹군의 폭격으로 파괴되면서 먹고 살길이 막막해졌습니다.

결국, 지난 겨울 모흐시나의 아버지는 가족의 1년 생활비와 맞먹는 1천300달러(약 148만 원)를 받고 딸을 당시 서른다섯 살이던 먼 친척 파우지 모하메드에게 시집 보냈습니다.

입은 옷 한 벌만 갖고 친척의 손에 이끌려 몇 시간 거리에 있는 남편의 집에 도착해서야 그를 만난 모흐시나는 결혼식도 없이 바로 부부관계를 원하는 남편의 요구를 거부했다가 그 자리에서 폭행을 당했다고 NYT는 전했습니다.

쓰레기 수거업에 종사하는 모하메드는 이미 결혼해 부인과 자녀들이 있었지만 모흐시나를 부인으로 맞이해 창문도 없는 방에 가두고 폭력과 성폭행을 일삼았습니다.

지옥 같은 나날이 계속되다 모흐시나는 가사에 보탬이 되고 싶다며 거리에서 구걸하겠다고 남편을 설득해 겨우 방에서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모흐시나는 NYT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거리로 나오자마자 바로 도망쳤다"며 "내 여자친구들 모두 결혼을 하거나 이혼하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남편에게서 받은 돈을 돌려줘야 한다는 부담 때문에 다시 돌아온 모흐시나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모흐시나는 가족에 의해 팔려간 소녀 신부들을 보호해주는 사나의 부유한 부족장 마게드 알-아즈말의 집에서 자신과 처지가 비슷한 다른 소녀들과 생활하고 있습니다.

예멘 내전은 모흐시나 같은 소녀들의 삶만 망가뜨린 게 아닙니다.

NYT는 수많은 소년병이 5인 가족의 2주 생활비에 해당하는 석 달 치 월급 55달러(약 6만3천 원) 때문에 가족에 의해 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유엔 집계에 따르면 내전 이전 예멘의 소년병은 900여 명이었으나 최근에는 그 숫자가 1천800명으로 뛰었는데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신문은 설명했습니다.

예멘 정부군에 맞서는 시아파 후티 반군에 소년병으로 합류한 익명의 17세 소년은 NYT와의 인터뷰에서 "반 친구들 대부분 내 전우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공무원인 그의 아버지는 "아들은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아들은 내게 돈이 없다는 것을 알았고 돕고 싶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 조사에 따르면 예멘 어린이 2명 중 1명은 식량 부족으로 성장을 멈췄고 영양실조 상태가 이어지면서 전염병이 창궐해 예멘 국민 70만 명 이상이 콜레라에 걸렸는데 그중 절반이 어린이입니다.

교사들은 임금을 받지 못하고 있고 예멘 전역에 있는 학교 1만4천400개 교 가운데 1만2천여개 교가 문을 닫았습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예멘지부의 메리첼 렐라노 대표는 "현재 얼마나 많은 아이가 학교에서 나와 억지로 결혼하거나 전쟁터로 보내지는지 알수 없다"며 "그러나 갈수록 더 많은 부모가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