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이던 노동조합 위원장이 과중한 스트레스로 쓰러졌다면 업무상 재해가 인정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습니다.
특히 쓰러질 당시 통상임금·임금피크제 등 예년과 달리 전례 없는 새로운 쟁점이 논의돼 스트레스 강도가 높아진 점도 고려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단독 차지원 판사는 국내 한 대기업에서 노조위원장으로 활동한 김 모 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습니다.
김씨는 2015년 4월 1일 노조 건물에 있는 화장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져 사지 마비 등을 진단받았습니다.
그 무렵 김씨는 사측과 임금협상을 벌이며 노조의 다른 지부들과 이견을 조율하고 있었고, 쓰러지기 이틀 전에는 임금협상과 관련해 사장과 면담하기도 했습니다.
김씨는 "협상에 따른 업무상 스트레스와 압박으로 쓰러졌다"며 공단에 요양급여를 신청했지만, 공단은 승인하지 않았습니다.
이후 산업재해보상보험 재심사위원회에 재심사를 청구했지만 "임금협상에 따른 스트레스는 노조위원장이 정례적으로 수행해 온 업무"라며 받아들여지지 않자 법원에 소송을 냈습니다.
법원은 김씨가 쓰러진 것과 업무 사이에 상당(타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차 판사는 "임금협상은 매년 정례적으로 수행되는 업무지만 2015년에는 종전과 달리 사측이 요청한 협상 체결 시한이 있었다"며 "또 종전에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통상임금 산입과 임금피크제 도입이라는 큰 쟁점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김씨가 쓰러진 날은 사측이 요청한 협상 체결 시한 다음날"이라며 "이때까지 노조 지부별 협의가 완료되지 않아 김씨가 매우 높은 강도의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 사정을 보면 김씨가 쓰러진 무렵에 받은 스트레스는 통상적인 업무상 스트레스를 넘겼다고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법원은 김씨가 평소 앓던 고혈압을 적극적으로 관리해온 점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차 판사는 "김씨는 정기적으로 의료기관에 내원해 진료를 받았고 그에 따라 비교적 정상에 가까운 혈압을 유지했다"며 "직무의 과중함 때문에 고혈압이 급격하게 악화해 쓰러진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