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4선 연임 가도에 악재로 작용해온 '디젤 스캔들'을 일으킨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연일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21일(현지시간) 독일 포커스 온라인과 자이트 온라인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이날 독일 일간 빌트와 인터뷰를 하고 자동차 업계 경영진이 '디젤 스캔들' 여파 속에서도 수백만 유로의 보너스를 받고 있다고 비판했다.
메르켈 총리는 "그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며 "그들은 과거에 했던 것보다 더 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그러면서도 자동차 산업에 90만 명이 종사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 압박의 수위를 조절했다.
전날 밤에는 독일 방송사 RTL의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가 난다. 자동차 업체들은 할 수 없는 것을 말했다. 뒤에서 배반을 했다"고 지적했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가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자동차 업체들은 손해를 무릅쓰고 그들이 할 수 있는 보상을 해야 한다"면서 독일 자동차 업체들이 디젤 엔진에 대한 대중적인 믿음을 다시 심어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는 "우리가 기후 보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디젤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디젤 차가 가솔린 차보다 질소산화물을 더 배출하지만 지구 온난화를 야기하는 이산화탄소를 적게 배출하기 때문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2일 열린 정부와 자동차 업계 관계자 간의 이른바 '디젤 정상회의'에서 디젤차의 유해가스 절감을 위해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진행키로 한 점을 유용한 조치로 평가했다.
자동차 업계에 비판적인 여론과 보조를 맞추면서 '디젤 스캔들'을 무마하기 위한 정부와 업계의 조치를 옹호한 셈이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2일 총선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면서부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동차 업체들을 상대로 쓴소리를 본격적으로 쏟아내 왔다.
'디젤 정상회의' 결과에 대한 사회민주당과 녹색당 등 정치권과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지는 등 디젤차 문제가 선거판에서 쟁점화되자 선제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풀이된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기사당 연합의 맞상대인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총리 등은 '디젤 정상회의' 기간에 휴가를 보낸 메르켈 총리를 비판하는 등 디젤차 문제를 부각시키고 나섰다.
메르켈 총리의 경쟁자인 마르틴 슐츠 사민당 당수도 유럽연합(EU)에서 전기차 비율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메르켈 총리는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슈뢰더 전 총리가 러시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트의 이사직을 제안받은 데 대해 날을 세웠다.
메르켈 총리는 "슈뢰더 전 총리의 행동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로스네프트가 유럽연합(EU)의 대(對)러시아 경제제재 기업 리스트에 포함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날 경우에 경제활동을 할 생각이 없다"면서 "다시 총리가 되고 싶다는 사실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14일 도이체벨레와의 인터뷰에서는 "전 총리의 개인적인 미래에 대해 언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