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버지니아주 샬러츠빌 유혈사태 이후 미 전역에서 백인우월주의를 상징하는 남부연합(Confederate) 기념물 철거 바람이 부는 가운데 미 텍사스대학이 주요 대학 중 처음으로 캠퍼스 내 남부연합 동상 4개를 전격 철거했다.
21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텍사스대는 전날 늦게 내려진 그레고리 펜브스 총장의 결정에 따라 이날 새벽 오스틴 캠퍼스 내 메인 몰에 세워진 남부연합 장군 로버트 E.리와 앨버트 시드니 존슨, 존 레이건, 텍사스 전 지사 제임스 스티븐 호그의 동상을 모두 철거해 교내 브리스코센터로 옮겼다.
밤새 진행된 철거 작업은 삼엄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으며 학생과 교직원 수십 명이 현장을 지켰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이 출동했으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앞서 펜브스 총장은 "버지니아에서 목격한 소름 끼치는 증오로 남부연합 동상이 현대 백인우월주의와 네오나치즘의 상징이 됐다는 점은 확실해졌다"고 철거 이유를 밝혔다.
현장에는 남부연합 상징 철거에 반대하는 학생도 있었다.
마크 피터슨(22)은 AP통신에 "유럽에서 건너와 이 나라를 건설한 선조의 역사, 우리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를 증오한다. 그건 우리의 신조를 불태우는 것"이라고 항의했다.
반대로 철거를 주장한 마이크 로우(37)는 "역사를 지운다는 명분은 허점투성이"라며 "이 동상은 그저 흑인 생명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백인 우월성을 상징할 뿐"이라고 반박했다.
샬러츠빌 사태 이후 미국 내 각지에서 남부연합 기념물이 철거되거나 훼손되고 있다.
더럼카운티에서는 동상의 목에 밧줄을 걸어 넘어트렸고 볼티모어에서도 밤새 상징물 4개가 트럭에 실려 갔다.
미 주요 대학 가운데 듀크대학도 이미 낙서로 훼손된 캠퍼스 내 로버트 E.리 장군 동상을 철거하기로 결정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