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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시내버스서 쓰러진 20대 구하려고 승객들 함께 응급실 직행

한밤 시내버스서 쓰러진 20대 구하려고 승객들 함께 응급실 직행
시내버스에서 쓰러진 20대 청년을 구하기 위해 한 사람의 반대도 없이 승객들이 모두 응급실로 달려간 소식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지난 9일 밤 10시 반쯤, 경남 창원 시내버스 110번 버스 운전기사 43살 임채규 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승객 20여 명을 태우고 노선을 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창원시 마산회원구 보문주유소를 지나 창원교도소 지점을 향해 버스를 몰던 임 씨는 갑자기 '쿵'하며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에 깜짝 놀랐습니다. 

한 20대 남자 승객이 발작을 일으켜 들고 있던 가방을 떨어뜨린 채 의자 뒤로 고개를 젖혀 의식을 잃었던 겁니다.

깜짝 놀란 임 씨는 버스를 창원교도소 정거장 인근에 세운 뒤 쓰러진 승객을 향해 달려갔고, 다른 승객 몇 명도 달려와 쓰러진 20대 남성의 상태를 확인했습니다.

이 남성은 의식을 잃은 듯 보였지만 다행히 호흡에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임 씨는 즉시 119에 신고한 뒤 나머지 승객들을 진정시키며 응급차가 도착할 때까지 기다리려 했습니다. 하지만 몇몇 승객이 '응급차가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차라리 우리가 이 남성을 데리고 병원으로 가자'는 의견을 냈습니다.

고민하던 버스기사 임 씨는 현재 위치에서 가장 가까운 병원까지 5∼10분이면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빠르면 앰뷸런스가 환자를 이송해 병원에 도착하는 것보다 두 배 넘게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버스를 몰기로 한 임 씨는 승객들에게 '불편하더라도 이해해달라'고 양해를 구했고, 여기에 토를 달거나 반대하는 승객은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승객 동의를 얻은 임 씨는 페달을 밟아 인근 병원 응급실로 향했고, 병원으로 가는 동안 승객 2∼3명이 바닥에 쓰러진 환자를 붙잡고 심폐소생술을 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약 10분 뒤 버스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했고, 승객들의 응급처치 때문인지 다행히 환자는 의식이 어느 정도 돌아온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환자를 무사히 병원으로 이송한 버스기사는 다시 노선으로 복귀하면서 정거장을 놓친 승객들에게 모두 데려다주겠다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환승해서 가면 되니 신경 쓰지 말라'며 절반에 가까운 승객들이 병원에서 떠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날 임 씨가 이송한 20대 환자는 무사히 치료를 받고 퇴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임 씨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승객들이 내 일처럼 적극적으로 나서며 불편함을 감수해 좋은 결과가 있었지 내가 한 것은 운전밖에 없다"며 "당시 버스에 남녀노소 다양한 연령층이 있었는데 모두 좋은 사람들이었던 게 행운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내가 한 일은 버스 기사로서 당연한 책임이자 의무이지 선행이라 할 수 없다"며 "그런 상황을 대비한 매뉴얼도 없고 경험도 없어 당황한 나를 도와주고 협력해준 승객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진=대중교통 제공/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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