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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형사보상·국가배상 이중 지급…법원 "환수 안 돼"

정부가 이른바 '윤필용 사건'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의 유족에게 국가에서 받은 손해배상금 중 기왕에 받은 형사보상금 만큼을 반납하라고 소송을 냈지만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50단독 임종효 판사는 정부가 고 이 모 씨의 유족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청구 소송에서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습니다.

육군 대위였던 이씨는 지난 1973년 '윤필용 사건'에 연루돼 해임됐습니다.

이씨는 140일 동안 구금돼 있다가 대법원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풀려났습니다.

'윤필용 사건'은 당시 윤필용 수도경비사령관(소장)이 술자리에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에게 "박정희 대통령은 노쇠했으니 형님이 후계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가 쿠데타설로 번진 일입니다.

이씨 유족은 국가의 강압 수사 등을 근거로 재심을 청구한 끝에 지난 2014년 5월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그 직후 국가를 상대로 불법 구금에 대한 형사보상을 청구했고 이와는 별도로 민사소송인 국가배상 청구 소송도 제기했습니다.

정부는 그해 12월 유족에게 형사보상금 2천900여만원을 지급했습니다.

유족은 민사소송에서도 이겨 지난해 6월 위자료와 지연손해금 등 모두 4억2천여만원을 받았습니다.

통상 형사보상금을 받은 경우 배상금에서 해당 금액만큼 덜어내지만, 정부가 민사소송에서 이를 주장하지 않아 판결이 그대로 확정된 것입니다.

민사재판에서는 주장하는 쪽이 자기주장을 입증하는 게 원칙입니다.

뒤늦게 이를 파악한 정부가 '이중 지급된 돈은 부당이득'이라며 돌려달라고 했지만, 법원은 정부의 실수에 책임을 물렸습니다.

임 판사는 "정부가 민사소송에서 형사보상금 지급 사실을 주장하며 위자료 산정에 반영되게 했어야 함에도 이를 놓쳤다"며 "그 상태에서 민사 판결이 확정된 이상 유족이 수령한 판결금을 두고 부당이득을 운운할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정부는 유족 측이 재판 과정에서 형사보상금 지급 사실을 일부러 얘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임 판사는 "유족의 고의나 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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