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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친정에 아이 맡기고 출근하다 당한 사고는 공무상 재해"

법원 "친정에 아이 맡기고 출근하다 당한 사고는 공무상 재해"
친정에 아이를 맡기고 출근하다 교통사고로 다친 공무원에게 공무상 재해를 인정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심홍걸 판사는 지방 교육공무원 40살 A씨가 공무원연금공단을 상대로 "공무상 재해에 따른 요양 신청을 승인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9월 A씨는 당시 5세와 2세인 아들 둘을 친정에 데려다 주고 직장으로 향하던 중 운전하던 차가 빗길에 미끄러져 반대 방향에서 진행하던 차와 충돌하는 사고를 냈습니다.

A씨는 정강이뼈와 골반 골절, 간 손상 등의 부상으로 공단에 공무상 요양을 신청했습니다.

하지만, 공단은 A씨가 자택에서 바로 출근하지 않은 것은 정상적인 출근 경로를 벗어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공단은 A씨의 자택에서 직장은 1.5㎞ 떨어진 거리인데 자택에서 10㎞ 떨어진 친정에 자녀를 맡기고 출근한 것은 공무와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법원은 A씨가 자녀를 맡기고자 출근길에 친정에 들른 것이 통상적인 출근 경로에 해당한다고 보고 공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은 공단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심 판사는 "대법원 판례는 공무원이 근무하기 위해 순리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다 발생한 재해는 공무 수행과 관련된 것으로 본다"며 "A씨의 자택과 친정 사이의 왕복 거리는 20㎞로 통상의 직장인이 충분히 출퇴근할 수 있는 거리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A씨는 사고 당시까지 최소한 2년 이상 두 아들을 친정에 맡기고 출퇴근하는 생활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이번 사고는 A씨가 통상적인 경로로 출근하던 중 발생한 것으로 보이고 A씨의 부상도 공무에 따른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심 판사는 "A씨와 A씨의 남편은 모두 공무원으로 자녀를 보호해 줄 사람이나 기관이 없으면 각자 직장에 출퇴근해 업무를 수행하기 불가능하다"며 "자녀를 보호자나 보호기관에 맡긴 것은 필수불가결한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심 판사는 "A씨 부부의 직장에는 모두 어린이집이 설치되지 않았고 A씨의 시부모는 건강이 좋지 않아 아이들을 돌봐줄 형편이 아니었다"며 "이런 상황에서 A씨가 친정에 자녀를 맡기고 출근한 것은 영유아를 가진 보통의 맞벌이 직장인들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양육방식"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자녀 양육은 국가의 문제라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국가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한 근로자와 사업주의 노력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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