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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생에 車사오라고 한 셈'이라는 검찰, 이준서 구속 후 수사확대

'초등생에 車사오라고 한 셈'이라는 검찰, 이준서 구속 후 수사확대
검찰은 국민의당 이준서 전 최고위원의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그가 문재인 대통령 아들에 대한 '취업특혜 의혹 제보조작' 사건의 사실상 주범이자 핵심인물이라고 지목했습니다.

그가 처음에는 제보가 조작됐을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는 '미필적 고의' 수준에 머물렀을지라도 당내 문제 제기 과정을 거친 후 기자회견까지 열었던 5월 7일 이후에는 사실상 조작임을 알았다고 보고 '확정적 고의'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 같은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법원은 구속영장을 발부했습니다.

검찰은 '확정적 고의'와 당 차원의 '부실 검증'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습니다.

'확정적 고의'가 인정된다면 당내 부실 검증을 의도했다는 뜻으로, 나아가 이를 묵인한 '윗선'이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오게 됩니다.

검찰은 당 내부의 의사 결정 과정을 파헤치는 보강 수사에 주력할 방침입니다.

검찰은 법원의 영장심사에서 이 전 최고위원의 일련의 행동을 시간 흐름에 따라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제보 청취 → 자료 보강 지시 → 구체적 물증 요구' 등의 과정을 거치면서 거짓 제보가 점점 구체적으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미필적 고의 수준에 머물지 않고 확정적 고의를 지닌 채 범행을 주도했다고 검찰은 판단했습니다.

그는 당원 이유미 씨에 대해 제보 자료를 제공하라고 종용했습니다.

제보가 허위인지 의심해 볼 상황이 수차례 있었지만, 일부러 외면한 것으로 보인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제19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문준용 씨에 대한 특혜 의혹이 한창 불거지던 올해 4월 27일 새벽 이 전 최고위원은 서울 강남의 국민의당 선거대책본부에서 이 씨와 해당 의혹에 관해 대화를 나눴습니다.

이 자리에서 이유미 씨로부터 준용 씨의 미국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료였던 사람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들은 이 전 최고위원은 당 청년위원장 자리를 약속하면서 '특혜채용 의혹을 입증할 수 있는 녹취록을 구해오라'고 요구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 씨에게서 제보자료를 받기도 전에 평소 알고 지내던 한 기자에게 '결정적인 제보가 있다'며 이를 보도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결정적인 자료를 가져오라'는 이 전 최고위원의 독촉을 수차례 받은 이 씨는 증거를 허위로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4월 30일 휴대전화 3대를 동원해 자신이 파슨스스쿨 동료 2명과 준용 씨의 특혜채용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카카오톡 캡처 화면을 가짜로 만든 겁니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은 이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육성 녹음파일이 있어야 보도할 수 있다는 말을 기자들에게 듣자 이 씨에게 카카오톡 대화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녹음파일을 가져오라고 추가로 지시했습니다.

이 씨는 결국 5월 2일 동생이 파슨스스쿨 동료를 연기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녹음파일도 허위로 만들어냈습니다.

이처럼 이 전 최고위원이 요구할 때마다 이 씨가 척척 생산해 내는데도 이 전 최고위원은 해당 자료의 진위를 알아보려고 행동하지 않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입니다.

대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닌 폭로를 허술하게 검증한 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라고 검찰은 보고 있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자료 속 등장인물들과 준용 씨의 재학 기간이 일치하는지, 이들의 실명과 연락처가 무엇인지 전혀 확인하지 않은 채 이를 국민의당에 넘겼습니다.

5월 4일 오후 3시 당 공명선거추진단 사무실에서 이 제보의 신빙성을 검증하는 회의가 열렸습니다.

당시 수석부단장이었던 김성호 전 의원, 부단장이던 김인원 변호사는 제보자의 연락처·인적사항 등을 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습니다.

그러나 이 전 최고위원은 "제보자 신원보호를 위해 밝힐 수 없고 내가 책임지겠다"며 거부했습니다.

검찰은 이처럼 5월 5일 국민의당이 문제의 폭로 기자회견을 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이 전 위원이 제보가 적어도 허위일 가능성을 인식했다며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가 성립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전 최고위원이 애초 이 씨에게 대선을 불과 열흘여 앞둔 시점에서 유력 후보 아들의 취업 특혜의혹을 뒷받침할 자료를 찾아오라는 지시는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는 마치 '초등학생에게 밑도 끝도 없이 자동차 한 대 사오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다는 게 검찰의 시각입니다.

그가 이 씨에게 조작을 지시했다는 명확한 증거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으나, 적어도 '미필적 고의'는 인정된다고 봤습니다.

법원도 이 점이 소명된다고 봤습니다.

검찰은 나아가 5월 7일 국민의당이 해당 제보가 진짜라고 주장한 2차 기자회견에 대해서는 이 전 최고위원에게 '확정적 고의'가 있다고 봤습니다.

폭로 뒤 국민의당 관계자로부터 준용 씨와 '동료'의 재학 기간이 겹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데다, 6일 밤 이씨와 전화에서 '제보자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얘기를 들은 뒤였기 때문입니다.

이 전 최고위원의 신병을 확보한 검찰은 김 전 의원과 김 변호사, 나아가 공명선거추진단 단장이던 이용주 의원의 부실 검증 과정에 범죄 혐의점이 없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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