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동안 범칙금을 내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공무원에게 형사 항소심 재판부가 벌금형과 함께 법정 소송비용까지 부담할 것을 주문했습니다.
형사재판에서 피고인에게 이례적으로 소송비용까지 부담시킨 것은 과도한 주장을 하며 소송을 남발한 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해석됩니다.
대전지법 형사3부는 경범죄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59살 공무원 A씨 항소심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벌금 6만 원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고 밝혔습니다.
재판부는 또 A씨에게 "원심과 당심 소송비용을 부담하라"고 주문했습니다.
A씨는 2008년 12월 23일 오후 6시 14분쯤 대전 한 경찰서 지구대에 술 냄새를 풍기며 들어가 '음주 소란 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범칙금을 받았습니다.
A씨는 당시 범칙금 5만 원의 납부 통고서를 받았으나, 내지 않고 버텼습니다.
경찰은 이듬해 2월 3일 통고처분에 불응한 A씨에게 "24일 낮 1시까지 즉결심판 법정으로 출석할 것"을 알리는 통지서를 발송했습니다.
그런데도 이를 받아본 A씨는 경찰의 요청을 무시한 채 범칙금을 내지 않고 즉결심판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이후 2009년 3월 10일부터 2013년 6월 28일까지 모두 6차례에 걸쳐 납부통지서를 보냈으나 허사였습니다.
A씨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자 경찰은 2013년 8월 29일 대전지방법원에 즉결심판을 청구했고, 법원은 A씨가 출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즉결심판 절차를 밟아 벌금 6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이후 정식 재판에 부쳐진 A씨는 "그 어떤 통지서를 받지 못했고, 적법한 통고처분 없이 행해진 즉결심판 청구는 범칙금 납부기회를 박탈한 것"이라며 무죄를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원심과 항소심 재판부 모두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1심에서는 "피고인의 행동은 '몹시 거친 말이나 행동으로 주위를 시끄럽게 하거나 술에 취해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주정한 것'에 해당한다"며 벌금 6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A씨가 이에 불복해 항소했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유 없다"며 A씨 항소를 기각한 뒤 이례적으로 소송비용까지 부담토록 했습니다.
결국, 범칙금 5만 원을 내지 않으면서 A씨는 전과자가 됐고, 국선변호인 비용 등 최소 200여만 원에 이르는 비용마저 부담하게 됐습니다.
형사재판은 국가 형벌권을 행사하는 것이어서 모든 비용을 국가에서 부담하는데, 이번처럼 소송비용을 피고에게 부과한 것은 이례적인 처사로 평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