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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무일 '지존파 검사' 보도에…당시 형사들 "그건 아닌데"

문무일 '지존파 검사' 보도에…당시 형사들 "그건 아닌데"
"'지존파 검사'라고요? 그건 또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지존파는 우리가 제보받아 수사해서 잡았는데…."

문무일 부산고검장(사법연수원 18기)이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그가 '지존파 사건 전모를 밝힌 검사'라는 언론보도가 잇따르자 실제로 지존파 사건을 수사했던 한 형사가 내보인 반응이다.

지존파 사건은 김기환 등 7명이 1993년 7월부터 1994년 9월까지 무고한 시민 5명을 살해한 뒤 시신을 암매장하거나 불에 태운 사건이다.

이들은 아지트에 시신 소각장을 설치하고, 피해자 인육을 먹는 등 잔혹성으로 큰 충격을 줬다.

8일 검찰과 경찰에 따르면 문 후보자가 결과적으로 지존파 사건에 일부 관여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지존파 일당은 3번째 피해자 이모(34)씨를 납치해 살해한 뒤 전북 장수군에서 승용차에 태워 낭떠러지로 밀어 떨어뜨려 교통사고사로 위장했다.

경찰은 초동수사 단계에서 이를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사건을 종결하려 했다.

당시 사건을 지휘한 검사가 전주지검 남원지청 소속 평검사였던 문 후보자였다.

문 후보자는 여러 정황상 단순 교통사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 경찰에 재수사를 지휘하는 등 적극 움직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 후보자의 당시 역할은 그가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뒤 언론에서 약력을 소개하면서 재차 언급됐다.

많은 매체가 관련 내용을 재생산하는 과정에서 마치 그가 지존파 사건 해결의 주역이었다는 식의 보도가 잇따랐다.

실제 지존파 사건 수사는 숨진 이씨와 같이 납치됐던 이모(27·여)씨가 극적으로 탈출해 서울 서초경찰서에 지존파의 범행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숨진 이씨가 지존파의 피해자 중 하나였다는 사실도 이 과정에서 밝혀졌다.

이씨 제보를 받은 경찰은 지존파 일당 중 한 명의 휴대전화 사용내역을 토대로 전남 영광에 있던 아지트 소재를 확인, 잠복 끝에 조직을 일망타진했다.

이후 경찰 수사에서 이들의 범행 동기와 잔혹한 수법 등 사건 전모가 드러났다.

과거 서초서에서 근무하며 지존파 사건을 수사한 전·현직 경찰관들은 문 후보자 관련 보도를 접한 뒤 "황당하다"고 입을 모았다.

당시 수사팀 소속이었던 한 경찰관은 "문 후보자는 단순 교통사고가 아니었다고 의심했을 뿐 지존파와 관련됐다는 사실은 검거 후에야 알았을 것"이라며 "그가 사건 전모를 밝혔다는 식으로 알려지니 기분이 좋지는 않다"고 말했다.

이 경찰관은 "탈출한 여성 제보자가 교통사고 위장 사실도 얘기했고, 우리가 장수서에 교통사고 처리된 사건임을 확인까지 한 뒤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해 수사팀을 꾸려 아지트로 검거하러 출동한 것"이라고 회고했다.

당시 수사팀이었던 일부 경찰관은 인터넷에 올라온 문 후보자 관련 기사에 직접 댓글을 달아 반박하기도 했다.

형사들 사이에서는 '검찰총장이 되면서 왜 경찰 공까지 가져가나'라는 격앙된 목소리도 나온다고 한다.

수사팀 소속이었던 한 전직 경찰관은 "당시 참 열심히 일했던 서울지검의 지존파 사건 지휘검사에게도 누가 될 수 있는 일"이라며 "틀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됐으면 본인이 적극 해명해야 옳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검찰청 관계자는 "당시 장수서에서 단순 교통사고로 보고 검찰에 내사종결 의견을 냈는데, 문무일 검사가 '타살 가능성이 있으니 내사종결하지 말라'고 했다"며 "얼마 후 지존파 사건이 터지자 문 검사가 사건을 잘 정리하고 있어서 범죄를 밝혀내는 데 많은 도움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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