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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풍자 조심!…호주 총리, 농담 유출로 해명 '진땀'

'비보도 원칙' 연설 공개…'가짜뉴스 공격·러시아 스캔들' 풍자

호주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짜뉴스 공격 및 러시아 인사와의 연루 의혹을 풍자한 내용이 의도치 않게 유출돼 곤경에 처했다.

맬컴 턴불 호주 총리는 지난 14일 밤 미국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연례 만찬과 비슷한 자국 내 행사에 참석, 600여 명의 참석자를 앞에 두고 웃음 소재로 트럼프 대통령을 도마에 올렸다.

이 행사는 총리와 야당 대표가 참석해 풍자가 담긴 연설을 하며, 연설 내용은 보도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턴불 총리는 연설에서 낮은 지지도로 고전 중인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처지를 웃음거리로 삼았으며, 여기에 트럼프가 종종 언급하는 가짜뉴스나 그가 고초를 겪고 있는 러시아 스캔들을 포함했다.

턴불 총리는 연설에서 "도널드와 나, 우리는 여론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아주 많이 앞서고 있다"고 현실과 동떨어진 말을 하며 참석자들의 주목을 유도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기고 있고, 이는 가짜 여론조사가 아니다. 우리가 진다는 것이 가짜다. 우리는 이기고 있는 건, 그러니까, 온라인 여론조사다. 이들 조사에서는 이기기 아주 쉽다. 왠지 아느냐? 난 러시아 사람을 알고 있다. 날 믿어라, 그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비보도 약속과 달리 이 내용은 호주의 한 유력 방송에 보도됐고, 이를 받아 폭스뉴스와 CNN,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유력 언론에도 소개돼 파문은 확산했다.

호주 여당 일부에서는 난민 상호교환 협정을 둘러싼 양국 정상 간 갈등이 봉합돼 가는 과정에서 다시 양국 관계를 해칠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뜻밖의 상황 전개에 턴불 총리도 15일과 16일 이틀 연속 해명하며 진화에 나섰다.

턴불 총리는 비보도를 전제로 한 행사의 발언이 유출된 데 유감을 표시하고 당시 연설은 "애정을 담아 재미있게 하려 한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또 농담의 대상이 트럼프보다는 자신이라며, 자선 모금을 겸하는 행사였던 만큼 가볍게 웃음을 주려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호주 주재 미국대사관도 "미리 의도한 좋은 유머로 보고 있다"며 턴불 총리 측의 입장을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당시 행사에는 미국대사관의 제임스 카루소 대리대사도 참석했다.

호주 여야 정치인들은 총리의 연설을 녹음하고 유출한 사람들을 비판하며 비윤리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자칫 여야 지도자들이 가끔 가벼운 마음으로 웃음을 주는 일조차 위축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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