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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부산 일본 총영사 경질…기자의 왜곡 '고자질'서 비롯"

소녀상 설치와 관련, 자신을 소환한 일본 정부 조치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지난 1일 경질된 모리모토 야스히로(森本康敬) 전 부산 총영사에 대한 인사 조처는 그가 사석에서 한 문제 될 것 없는 발언을 언론사 기자가 "정권비판"이라며 왜곡해 고위 당국자에게 알린 데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는 부산 총영사관 부근에 위안부를 상징하는 소녀상이 설치되자 항의표시로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 대사와 모리모토 부산 총영사를 올해 1~4월 85일간 일시귀국시켰다.

16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모리모토 전 총영사는 일시귀국 기간 평소 알고 지내던 언론사 기자와 식사를 한 자리에서 자신은 일본인 보호업무를 담당하는 총영사이니 빨리 귀임해 업무를 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런데 이 발언메모가 어찌 된 일인지 유출됐고 다른 언론사 기자가 "정권비판"이라며 정부 고위 당국자에게 일러바쳤다는 것이다.

결국, 역린을 건드린 것으로 간주돼 불과 1년 만에 경질되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통상적인 인사"라고 발표했지만, 산케이(産經)신문은 "사실상 경질"이라고 보도했다.

정권을 배반하는 언동을 용인할 수 없다는 최고위층의 뜻을 고려해 알아서 인사를 했다는 것이다.

아사히는 이거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손타쿠(忖度)"라고 꼬집었다.

손타쿠는 남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을 가진 단어로, 누가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지만 스스로 알아서 그 사람이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또 모리모토의 발언은 정권비판으로 볼 수 없으며 이런 이유로 경질된다면 공무원이 자기 업무에 대한 의욕조차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리모토 본인은 "사실관계를 포함해 모든 것에 대해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기자가 "고자질"한 게 사실이라면 언론으로서도 "중대한 문제" 라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또 한국 측에 강력히 항의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상황이 전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스스로 올렸던 주먹을 내릴 수밖에 없었던 일본 정부의 조치도 정교하지 못했다고 꼬집었다.

게다가 외교관 일시귀국은 대사 한 명으로 충분하다는 의견이 일찍부터 외무성 내에서 나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는 모리모토 경질에 대해 그와 오랜 교분이 있는 전직 한국 외교관은 "일본 측 주장을 완고할 정도로 굽히지 않지만, 한국의 의견에도 귀를 기울여 '이야기해 보자'는 기분이 들게 해주는 사람"으로 평가했다고 전했다.

부산의 한 여당 관계자도 "터프 니고시에이터(어려운 협상자)지만 그가 없어지면 사태가 더 악화할 것"이라며 앞날에 불안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사히는 양국 간에 정한 조문이나 합의문이 중요한 건 당연하지만, 외교에는 빈틈을 메우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전제, 신뢰가 있으면 상대의 기분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면서 상대에게 왈칵 해 붙이는 건 쉽지만, 성과는커녕 거꾸로 사태를 악화시키는 걸 보면 아시아 외교의 두터움이 닳아 가고 있음을 느낀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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