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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고기 소비대국 일본의 고민 "소비가 너무 줄었다"

상업포경 재개 대비 나섰지만 젊은 층은 "맛조차 몰라"<br>고래고기 스테이크·사시미·통조림 등 먹는 방식 개발

고래고기 소비대국 일본이 13일 조사(調査)포경을 위한 환경정비 법안을 국회 참의원 농림수산위원회에서 가결했지만 일본내 고래고기 소비가 줄어 고민 중이다.

조사포경이란 고래 개체 수나 먹이활동을 과학적으로 조사할 목적으로 이뤄지는 고래잡이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와 정치권이 조사포경과 관련된 법안정비를 통해 해양생물 보호단체인 '시셰퍼드' 등의 조사포경 방해행위에 대한 대응, 고래고기의 유통 촉진 등에 나설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관련법 정비의 최종적인 목표는 상업(商業)포경의 재개이지만 일본당국을 고민하게 하는 것은 "고래고기의 맛조차 모른다"는 젊은이가 많은 점이다.

따라서 소비확대도 과제로 거론된다.

고래고기는 오랜 기간 일본인들이 즐겨 먹은 수산물이어서 조사포경을 핑계로 해마다 다량의 고래를 잡아 고래고기를 공급하지만, 젊은층에선 고래고기를 못먹는 사람이 늘고 있다.

법안은 포경선 방해행위에 대한 외교조치나 방해행위의 우려가 있는 외국인의 일본 입국 관리를 명기했다.

낡은 조사선 수리나 조사인력 확보에 대한 재정지원 방안도 담았다.

1982년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자원감소 우려를 이유로 상업포경 일시중단을 결정했다.

일본은 매년 IWC 과학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한 합법적인 테두리에서 조사포경을 계속 중이다.

그러나 구미의 환경보호단체는 이는 조사포경을 가장한 상업포경이라며 포경선에 몸을 던져 항의하거나 화염병을 던져넣거나 하는 등 갈수록 조사포경 방해행위가 격렬해지고 있다.

이에 조사포경 종사자 일부가 목숨의 불안을 느낀다고 호소, 당국이 부심하고 있다.

고래고기 판매점도 신중하다.

인터넷통신판매 등을 하면 "해외거래처에서 비난한다"며 판매를 포기하기도 한다.

고래고기를 팔던 일본 슈퍼마켓이 사이버 공격을 받은 사례도 나왔다.

법안은 이런 상황을 고려해 고래고기 유통을 촉진하기 위해 '가공·판매 등을 하는 사업자의 안정적 확보'도 목표로 했다.

법안은 조사포경을 '국가의 책무'라고 위치를 부여하고, 상업포경 재개의 길이 열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러나 그 앞에 가로놓여 있는 장벽이 고래고기 소비량의 급격한 감소다.

1960년대에는 연간 23만t 이상이었지만 지금은 연간 5천t에도 못 미쳐 돼지고기 소비의 500분의 1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고래고기 소비자 가격은 비싼 편이다.

도쿄를 포함한 수도권의 생선가게에서는 남극해의 밍크고래 사시미(회)가 100g당 500엔(약 5천130원) 정도로 팔리며, 이는 자연산 참돔보다 더 비싼 가격이다.

따라서 고래고기가 서민들에게는 멀고 먼 존재이기 때문에 고래고기가 안정적으로 공급되어도 수요회복은 불투명하다.

고래고기 수요 부진을 바꾸어보려고 메뉴 개발 등 새로운 움직임도 있다.

도쿄 간다의 고래전문점 '이치노타니'에서 가장 인기있는 점심메뉴는 980엔짜리 '고래스테이크정식'이다.

칼로리와 지방질이 적다는 평판 덕에 낮에 찾는 고객 반 이상이 20대 여성이다.

일본 최대 수산시장인 도쿄도 주오구 쓰키지장외시장에 있는 쓰키지마루후쿠수산은 경쟁점포와 차별화를 위해 고래고기 사시미부터 오리지날 가공품까지 취급해 인기를 얻고 있다고 자랑한다.

고래통조림을 취급하는 미야기현 기노야이시노마키수산은 4월부터 한 캔에 630엔 짜리 고래고기통조림을 시판했다.

일본식으로 우려낸 국물에 담근 고래고기를 올리브오일 등에서 끓인 통조림이다.

그런데도 구미에서 비난을 받으면서까지 먹고 싶지 않다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결국 포경에 대한 지지나 이해를 다시 확산할 수 있을지가 고래고기 부활의 최대 과제 같다고 니혼게이자이는 해석했다.

조사포경은 국제고래잡이단속조약에 맞춰 남극해 등에서 실시한다.

북서태평양에서도 올해부터 12년간 연 300여마리씩 잡는다.

해양생물자원의 적정관리와 지속적인 이용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

육안 등을 통해 분포나 행동을 살피는 조사와 포획해서 연령구성이나 성별, 오염 정도까지 조사하는 것 등이 있다.

최근에는 각국의 보호활동으로 늘어난 고래가 오징어, 꽁치 등을 대량으로 먹어치워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상업포경 재개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려 하고 있다.

노르웨이나 아이슬란드와 같이 상업포경을 계속하고 있는 나라도 있다.

일본 내에서 유통하고 있는 고래 고기는 조사포경의 부산물이거나 아이슬란드 등으로부터 수입한 것이다.

국제사회에서는 일본이 조사포경을 가장해 보호 어류인 고래를 잡아 식용으로 활용한다는 지적과 비난이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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