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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부당수수료에 과징금…"한 푼도 없다"는 피자헛

사장님과 노예 사이… '갑을시대' 점주의 눈물 ①

[취재파일] 부당수수료에 과징금…"한 푼도 없다"는 피자헛
“피자헛이 부과해야 할 비용을 가맹점주들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있다.”

지난해 7월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3부는 가맹점주 89명이 낸 소송 판결 당시 이렇게 밝혔다. 소송 상대는 한국 피자헛 본사. 점주들이 낸 건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였다. 꼬박 반년 뒤, 공정거래위원회가 밝힌 13년 치 부당이득 규모는 68억 원이었다. 1심과 공정위 판단에 따라, 한국 피자헛의 ‘비용 전가’는 사실로 드러났고, 그 바탕에 우월적 지위가 깔렸다는 점에서 ‘갑질’로 평가됐다. 그리고 다시 5개월… 피자헛은 법원과 정부의 명령을 지켰을까.
피자헛 갑질
● 가맹비, 수수료도 모자라 ‘관리비’ 내라는 피자헛

피자헛 점주들은 본사와 최초 가맹계약을 맺을 때 가맹비를 낸다. 배달만 하는 매장은 22,500달러 (약 2천5백만 원), 레스토랑 형태는 46,000달러(약 5천1백만 원)다. 시한은 5년이다. 매달 일정 비율 송금하는 돈도 있다. 점주 총수입의 6%가 로열티, 5%는 광고비 명목으로 송금된다. 콜센터비용, 각종 조사비 명목의 수수료 역시 따로 낸다. 

2004년 어느 날, 이 복잡한 항목으로 가득 찬 대금 청구서에 생소한 항목이 하나 생겼다. ‘Administration Fee’. 직역하면 말 그대로 ‘관리비’가 추가된 것이다. 그런데 본사는 약자로 'Admin-Fee', 즉 ‘어드민피’라 부른다. 상품 로열티에 광고비, 콜센터비용에 각종 수수료를 이미 떼어가고 있는 마당에 별도의 ‘관리비’란 무엇일까. 
 
본사가 재판과정에서 주장한 이 ‘관리비’의 정의는 이렇다. ‘마케팅이나 전산지원, 고객 상담실 운영 등에 들어가는 비용.’ 처음엔 점주 월 매출액의 0.55%씩 받더니, 2012년 4월부터는 0.8%로 수수료율을 인상했다. 본사는 계약 갱신 때 가맹계약서를 쓰면서, 별도로 피자헛과 '어드민피' 지급에 동의한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쓰도록 했다.

점주들은 이걸 ‘부당이득’이라고 주장했다. 각종 관리를 대가로 수수료를 내고 있는데, ‘관리비’를 따로 내라는 게 어불성설이라는 거였다. 또, 가맹계약에도 근거 규정이 없었다. 결국, 본사가 점주들에게 걷은 비용으로 알아서 내야 할 비용을 점주에게 떠넘긴다는 주장이었다. 1심 재판부는 점주의 손을 들어줬다. 본사에 반환해주라고 명령한 돈이 최소 352만 원, 최대 9천239만 원이었다. 1심에 승소하자 소송에 나선 점주는 89명에서 103명으로 불었다. 전국 피자헛 가맹점포가 320여 곳이니, 점주 3분의 1이 법원에 억울함을 호소했던 거였다.

1심 판결이 점주 측 승리로 끝나자, 6개월 뒤 공정위도 조사 결과를 내놨다. 피자헛이 수취한 부당이득은 68억 원으로 파악됐다며, 시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과징금은 5억 2천600만 원에 불과했다. 고작 7.7% 수준이었다. ‘부당이득’이라는 법원 판결을 근거로, 정부가 밝혀낸 액수 68억 원을 인정하더라도, ‘징벌’로 보기엔 초라한 금액이다. 점주들은 두 액수 모두 매우 적다며 크게 실망했다.
피자헛 갑질
● 1심 판결도, 공정위 명령도 “불복”

다시 5개월이 지난 지금, 한국 피자헛의 입장은 어떨까. 점주에게 돈을 돌려주라는 반환 명령과 공정위의 시정 명령은 지켰을까. 5억 원대 과징금은 모두 냈을까? 아니다. 모두 불복이었다. 기자의 취재 요청에 피자헛은 이렇게 답했다.

“어드민피 소송은 법으로 정해진 절차에 따라 진행되고 있습니다. 소송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자세한 내용은 답변 드릴 수 없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재판과정에서 한국 피자헛은 "계약 체결 시 '어드민피'가 부과된다는 취지의 정보공개서를 공정위에 등록도 했고, 일부 점주들과는 ‘어드민피’를 두고 합의서를 작성했다."라고 반발했다. 심지어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는 주장도 폈다. 일부 가맹점주가 오랜 기간 아무 문제 제기 없이 꼬박꼬박 송금했다는 게 이유였다. 

반면, 점주들은 이 합의서 역시, 재계약이 임박했거나 본사 요구에 따라 매장 위치를 옮겨야 할지 모를 점주들을 상대로 받아낸 것들이라 주장하고 있다. 실제 본사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가맹점에 부과할 수 있는 ‘페널티’는 적지 않다. 불시 위생 점검을 강화해 가맹계약 해지에 필요한 점수를 쌓는 건 다반사다. 이유 없는 재계약 거부도 적지 않다. 점주들은 점주 협의체 활동이나,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에 참여한 점주들이 ‘타겟’이 되기 십상이라고 주장해왔다.

취재 결과, 한국 피자헛은 서울고등법원에 항소해 재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공정위의 7%대 과징금 결정에도 불복, 행정소송까지 제기한 상태였다.

가맹비와 각종 수수료 외에 ‘관리비’ 부과는 정당하기 때문에 시정은 물론 과징금 납부도 할 수 없으며, 점주들에게 이 돈을 반환할 의사도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들은 기자에게 ‘한국 피자헛의 어드민피에 대해’라는 제목의 구체적인 주장을 첨부했다. 

  “당사의 어드민피는 가맹본부로서 당사가 가맹사업자에게 영업 활동을 지원을 위해 제공하는 서비스를 위한 것으로 가맹사업자들이 직접 수행해야 할 업무를 당사가 대신 수행하면서 발생하는 구매, 마케팅, 전산지원 등 일부 서비스에 대한 실비 수준의 대가입니다.

  수령한 어드민피는 해당 서비스를 제공하는 특정 부서의 운영비로 사용되고 있으며, 타 브랜드의 가맹본부에서 원부자재 가격에 마진을 붙여 공급하는 것과 달리 당사는 별도의 마진 없이 가맹점의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드민피 사용 용도에 대해서는 가맹점주들이 언제든 볼 수 있도록 포스, 이메일 등을 통해 여러 차례 알렸고, 산출 근거에 대한 부분 역시 가맹점주들의 문의가 있을 때마다 세부 자료를 제공해왔습니다.”


‘어드민피’는 실비 수준의 정당한 대가일 뿐이며, 어디에 쓰는지 모두 공개하고 있어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1심 판결과 공정위 시정명령과는 정반대 견해를 고수하겠다는 뜻이다.

그런데 기자에 보낸 해명엔 사실 검증이 필요한 대목도 눈에 띤다. 피자헛이 수수료가 필요한 이유를 두고, ‘원부자재’에 마진을 붙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밝힌 부분이다. 이는 1심 판결과 공정위가 부당이득이라 규정한 근본 이유와는 무관한 논리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피자헛을 포함한 프랜차이즈 업계의 ‘갑질 구조’를 은폐하려는 의도가 담긴 주장이기도 않다. 이런 ‘노마진’ 주장이 사실로 인정되면, ‘어드민피’와 같은 별도 ‘관리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근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맹점의 부담을 최소화하려 노력한다.'라는 설명은 사실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더라도, ‘마진이 없다.’라는 주장은 사실 검증이 필요하다. 
피자헛 갑질
피자헛 갑질
● 비닐 한 장까지 ‘필수구매물품’… 본사 마진은 없다?  

피자헛의 공급 원가는 본사만이 안다. 따라서 마진율도 본사만 알고 있다. 본사는 마진이 없다고 주장하지만, 점주들의 얘기는 다르다. 

피자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모차렐라 치즈’를 예로 들어보자. 가맹점주는 본사가 가맹점에 얼마를 받는지 만을 알고 있을 뿐, 본사의 치즈 원가가 얼마인지는 전혀 알 수 없다. 기자가 확인했더니, 피자헛은 2013년 10월부터 모차렐라 치즈 값을 조금씩 올려 왔다. 지난달과 비교하면 4년 새 상승률이 무려 15%였다. 같은 기간 일반 소매가 상승률은 0%였다. 점주 입장에선 원재룟값이 그만큼 오른 것이다.
  
취재 결과, 국내 치즈가공업계는 EU는 물론 호주, 뉴질랜드와의 잇단 FTA 발효로 관세가 줄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가맹점 1곳당 월평균 모차렐라 치즈 주문량은 400kg 전후. 이로 인해 가맹점 한 곳 당 매달 본사에 송금하는 돈은 월 300만 원 안팎 이었다.

피자헛뿐 아니라 대다수 프랜차이즈 본사는 주방 세제나 지퍼백 같은 일회용품도 모두 ‘필수 구매 물품’으로 정해 놨다. 가격 역시 본사가 정해놓은 대로 사야 한다. 지난해 9월 서울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 1천3백여 곳을 조사한 결과, 가맹점은 원재료 구매 비용의 약 87%를 반드시 본사에서 구매하게 돼 있었다.

약 74%는 시중에서도 ‘필수 구매 물품’을 얼마든 대체할 수 있다고 답했으며, 본사 물품이 비싸다는 응답은 87%를 넘었다. 당시 조사에 참여한 점주들은 ‘필수 구매 물품’ 강제가 사라지면, 시중 유통망을 통해 월평균 110만 원은 더 벌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번 소송은 본사와 점주 간 수수료 분쟁으로 비칠 수 있다. 그러나 본사와 점주의 지위는 대등하지 않다. 가맹 해지까지 당할 위험을 감수한 채, 그들이 소송전을 택한 건, 오랫동안 켜켜이 쌓인 ‘갑질 구조’을 시정해 달라는 목소리로 봐야 한다. 

소송은 2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그 사이 점주 103명 가운데 28명은 소를 취하했다. 이들이 갑자기 이름을 뺀 이유는 확인된 게 없다. 본사도 이유를 모르고, 당사자들도 입을 열지 않는다. 점주들은 협박이나 회유가 있었을 거라고 짐작할 뿐이다.

2017년 대한민국 1심 법원과 정부의 선언은 이렇다. ‘갑질 구조 위에서 수취된 부당이득은 반환되어야 한다.’ 다국적기업이 한국에 유한회사로 세운 지사와 그 가맹점주 75인 간 소송에서, 최종 결론은 어떻게 날 것인가. 판결이 뒤집히지 않는다면 징벌은 있을 것인가. 이른바 ‘갑을 사회’ 속 중대 결정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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