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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위 직원 "말도 안 되는 지시 내린 사람 만나고 싶었다"

예술위 직원 "말도 안 되는 지시 내린 사람 만나고 싶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직원이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 이른바 블랙리스트 업무를 하는 동안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하지 못했던 말을 법정에서 털어놨습니다.

예술위원회 부장 장 모 씨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 심리로 열린 김 전 실장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블랙리스트 명령을 최초 수행한 부서장으로서 말하고 싶다며 그간의 소회를 토로했습니다.

장 씨는 피고인석에 앉아 있는 김 전 실장을 지칭하면서, "오래 전부터 많이 뵙고 싶었다"며 "하지만 뵙고 싶었던 때는 오늘(12일) 이 자리가 아니라 2015년 배제리스트가 한창일 때였다"고 밝혔습니다.

왜 블랙리스트 관련 지시가 말이 안되는 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그럴 기회를 얻지 못했다고 장 씨는 말했습니다.

또 장 씨는 남북분단, 6·25전쟁, 군사독재 시절 등을 언급하며 김 전 실장이 예술작품들을 좌파 성향으로 지목한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냈습니다.

"김 전 실장도 피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이 없었다면 김 전 실장도 박근형, 이윤택, 고선웅, 한강을 즐길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장 씨는 이어 김 전 실장 역시 박근형의 '청춘예찬', 이윤택의 '문제적 인간 연산', 한강의 '소년이 온다'를 편견 없이 볼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습니다.

문체부에서 내려온 지원배제 리스트는 온전한 이성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부조리한 명령이었다는 장 씨는 그런 명령을 실행하기가 너무 힘들고 큰 고통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블랙리스트 업무를 함께 한 예술위원회 직원들과 피해자인 예술인에게도 사과의 뜻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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