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관 기자단 만찬 참석한 '워터게이트' 특종기자 밥 우드워드(좌)와 칼 번스타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 주 해리스버그에서 지지자들을 만나 취임 100일을 자축하는 동안 워싱턴에서는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연례 만찬을 열었습니다.
36년 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이 불참하고 백악관 직원들도 모두 빠진 이번 만찬은 예년과는 분위기가 사뭇 달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습니다.
이날 만찬은 '언론 자유'의 가치를 강조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기자단 간사인 제프 메이슨 로이터통신 기자는 "우리는 가짜 뉴스가 아니고, 망해가는 뉴스 조직도 아니고, 미국인의 적도 아니다"라고 말해 기립박수를 받았습니다.
모두 트럼프 대통령이 주류 언론을 비판하며 쓴 표현들입니다.
리처드 닉슨 전 대통령을 낙마시킨 워터게이트 특종을 한 밥 우드워드 당시 WP 기자도 무대에 올라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언론은 가짜 뉴스가 아닙니다"라고 힘줘 말했습니다.
1921년 시작된 백악관 출입기자단의 만찬에 현직 대통령이 불참한 경우는 1972년 닉슨 때와 1981년 로널드 레이건이 총탄 제거 수술을 받았을 때 두 번뿐입니다.
무슬림 코메디언 민하지는 "우리나라 지도자는 이 자리에 없다. 모스크바에 살기 때문"이라며 러시아의 대선 개입 의혹을 풍자한 후 "언론은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골프 치길 바라야 한다. 딴 데 신경이 팔릴수록 북한과의 전쟁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꼬집었습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의 해리스버그 유세장은 언론 비난의 장이 됐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망해가는 뉴욕타임스', '무능력하고 부정직한 CNN과 MSNBC'에 대한 비난을 이어가며 "그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건 나나, 여러분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것들이 아니다. 언론의 역할이 정직하고 진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이라면 언론은 아주 아주 큰 낙제점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워싱턴 오물들로부터 100마일 이상 떨어져 있는 것이 얼마나 신나는지 모른다"며 자신이 미국 심장부에서 '더 나은 국민'과 섞여있는 동안 할리우드 스타들과 기자들이 워싱턴 호텔 연회장에서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다고 비꼬았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