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식 마약용의자 사살로 인권 유린 비판을 받는 필리핀 경찰이 '마약과의 전쟁'을 다시 시작했습니다.
필리핀 경찰이 새로운 마약단속반을 구성해 불법 마약 척결에 나섰다고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경찰의 마약 단속 재개는 지난 1월 말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 단속 경찰관에 의한 한국인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기존 마약 단속 조직의 해체와 재정비 등을 지시한 지 한 달여만입니다.
새 마약단속반을 이끄는 그라시아노 자일로 미하레스 총경은 부패 이력이 없는 경찰관들로 단속반을 꾸린다며 단속 과정에서 이전과 같은 유혈사태가 없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두테르테 대통령이 마약용의자 초법적 처형에 대한 국내외 인권단체의 반발에도 "마약범은 인간이 아니다"며 강력 대응을 주문하고 있어 단속 현장에서 사살되는 마약용의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
필리핀에서는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7천 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됐습니다.
마약 관련 범죄에 초점을 맞춘 사형제 부활도 임박했습니다.
필리핀 하원은 이번 주 사형제 도입을 위한 수정 법안을 의결하고 상원으로 넘길 계획입니다.
애초 법안은 21가지 범죄에 대해 사형제를 적용하는 내용을 담았으나 심의 과정에서 반역, 강간, 약탈 등 대부분을 제외하고 마약의 수입, 판매, 제조 등으로 축소했습니다.
또 마약 투약 상태에서 살인이나 강간을 저지르면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에는 전면적인 사형제 부활에 대한 반발 여론을 달래며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척결 정책을 뒷받침하려는 의도가 깔렸습니다.
필리핀은 1987년 사형제를 폐지했다가 1993년 살인과 아동 성폭행, 납치 등 부 범죄에 한해 부활한 뒤 2006년 다시 없앴습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작년 12월 "사형제를 부활해 매일 범죄자를 5∼6명 처형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