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이번 행정명령을 컴퓨터에 띄워 놓고 'Ctrl + F'를 친 다음 'Christian' 또는 'Muslim'이라는 단어를 한 번 넣어보십시오. 당연히 찾으실 수 없을 겁니다. 일주일 간 입국이 금지됐던 7개 나라의 이름 역시 어디에도 없습니다. 행정명령을 한 번 자세히 읽어보면 종교에 따른 차별을 규정했는지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몇 군데 비슷한 구절이 있지만, 결정적인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Upon the resumption of USRAP admissions, the Secretary of State, in consultation with the Secretary of Homeland Security, is further directed to make changes, to the extent permitted by law, to prioritize refugee claims made by individuals on the basis of religious-based persecution, provided that the religion of the individual is a minority religion in the individual's country of nationality."
요약하면 행정명령 발효 120일 이후 "난민 수용 프로그램을 재개했을 때 난민 신청자가 출신 국가의 종교적 소수자일 경우 이들을 우선하라"는 내용입니다.
국제법이나 도덕을 떠나 실제 무슬림 국가 출신이 종교적 박해를 이유로 난민 신청을 했을 때 무슨 수로 종교적 소수자임을 입증할 수 있을까요? 무슬림 국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언급한) 기독교인보다 더 소수인 종교는 더 나은 대우를 받는 걸까요? 시리아의 경우 기한을 정하지 않고 난민을 받지 않겠다고 했는데 시리아 인구의 6% 정도는 기독교인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공화당이 상하원 모두의 다수당인 현 의회 구도와 트럼프를 지지하고 있는 민심, 대통령의 거부권 등을 감안하면 집권 초기 그를 견제할 곳은 법원밖에 없어 보입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은 이제 낙태와 동성애자 권리, 총기 소유 같은 미국 사회의 대형 이슈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