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경제협력(경협)의 상징'인 개성공단이 문을 닫은 지 오는 10일로 1년입니다.
공단 입주 기업들은 1조5천억 원이 넘는 피해액 가운데 '공단 가동 중단' 결정의 주체인 정부로부터 3분의 1도 채 보상받지 못했다면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개성공단기업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에 따르면 현재까지 협회가 집계한 소속 회원사의 실제 피해액은 1조5천억원 이상입니다.
비대위는 지난해 2월 10일 통일부가 '개성공단 전면중단'을 발표한 뒤 이틀 만인 같은 달 12일 발족한 개성공단기업협회의 비상조직입니다.
집계 피해액은 지난해 3~5월 진행한 120여 개 입주 기업에 대한 '피해 실태조사' 결과에 이후 추가 신고된 피해 내용을 합산한 것입니다.
대부분 단지에 버려두고 온 토지, 건물, 기계장치 등 투자자산의 피해액이 5천936억 원에 이릅니다.
폐쇄 당시 섬유·피혁 한 조각이라도 더 실어오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원·부자재 등 유동자산 피해도 무려 2천452억 원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밖에 공단 폐쇄로 납기 등을 지키지 못해 업체들이 물어낸 위약금이 1천484억 원, 개성 현지 미수금이 375억 원, 개성공단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지난해 연간 영업손실이 3천147억 원, 거래처에 대한 영업권 상실에 따른 손해가 2천10억 원으로 각각 추산됐습니다.
현재 123개의 입주 기업 가운데 11개는 완전 휴업 상태입니다.
개성공단이 아닌 국내외 지역의 기존 공장 또는 신규 공장에서 생산을 이어가는 기업은 75곳(61%), '고육지책'으로 '재하도급 방식'으로 수주한 물량을 처리하는 곳이 36곳입니다.
개성공단 공장 폐쇄로 일감을 처리하지 못하자 받은 일감을 다시 다른 업체에 맡겼다는 뜻으로, '휴업'으로 분류는 되지 않지만 수지타산 등을 포기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사업을 연명하는 어려운 처지입니다.
비대위 관계자는 "입주 기업의 50% 안팎의 기업이 절반 이상 매출 감소를 겪었고, 앞으로도 기업들의 부채가 계속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습니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에 부품 등을 납품했던 협력업체들의 사정은 더 좋지 않습니다.
주요 거래처가 사실상 사라져 많은 기업이 파산하거나 파산 위기에 놓였지만, 입주 기업 당사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1조5천억 원을 웃도는 피해액 가운데 정부가 지금까지 지원한 금액은 모두 4천838억 원, 전체의 32% 정도에 불과하다는 게 비대위의 주장입니다.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는 투자자산에 대해 3천589억 원, 유동자산에 대해 1천249억 원만 지원했을 뿐, 1년간 영업손실이나 위약금, 현지 미수금, 영업권 상실 피해 등에 대해서는 전혀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런 정부의 피해 지원 규모(4천838억 원)는 정부가 직접 사실관계 확인을 마친 피해액 7천860억 원과 비교해도 62% 수준입니다.
정부의 실제 지원액이 업계 추산 실제 피해액은 물론 정부가 확인한 피해액의 100%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은 정부가 '보험 원칙' 등을 내세워 지원 한도와 비율을 정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 8월 통일부 측은 개성공단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도 "(지원에 남북경협보험금, 교역보험금 등이 사용되는데) 100% 지원은 보험제도의 원칙을 무너뜨리는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작년 연간 영업손실이나, 미수금, 위약금 등의 경우 보험 대상이 아니거나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정부가 보상에 난색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피해 당사자인 개성공단 입주 기업들의 입장은 전혀 다릅니다.
비대위 관계자는 "이 피해는 전적으로 정부의 갑작스러운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일 뿐, 입주 기업의 과실 등이 전혀 없는데도 보상 비율이나 한도를 설정해 지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개성공단 기업과 협력업체의 도산을 막기 위해 지난해 추경(추가경정예산안)과 올해 예산안에 추가 지원 예산(3천억 원) 반영을 요청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