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대한민국 청와대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구중궁궐처럼 돼 버린 청와대를 두고, 청와대의 문제는 무엇인지, 앞으로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지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 대통령 만나기 너무 어렵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청와대와 밀접한 인물들이 조사를 받으면서, ‘구중궁궐 청와대’ 논란은 수면 위로 떠올랐습니다.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은 세월호 참사와 같은 국가 위기상황에서도 대통령의 소재를 파악하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대통령이 위치한 곳과 비서진 사이의 거리인 500~600m는 직선거리입니다. 실제 길을 따라가 보면, 더 먼 거리죠. 이 때문에 평소 수석비서관이나 비서실장들은 자동차를 이용해 이동합니다.
■ 넓은 청와대에서 꽉 막힌 소통
청와대 전체 공관은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 지어졌습니다. 지금까지 리모델링 논의가 계속 있었지만, 예산 문제 때문에 실현되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렇다면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청와대 공관에는 비서진들이 업무를 처리할 공간이 없는 걸까요?
본관 건물의 1층으로 들어가면, 지붕이 2층까지 뚫려 있습니다. 굉장히 넓은 공간으로 현관이 넓게 펼쳐져 있죠.
업무를 보는 공간은 2층에 주로 배치되어 있는데, 대통령 집무실과 제1부속실로 알려진 비서관 사무실이 하나 있습니다.
나머지는 대기실이나 회의실 등의 공간으로 사용을 잘 하지 않아 평소에는 거의 다 비어 있습니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역대 대통령들은 비서동 집무실을 잘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시대가 변한만큼 청와대의 구조 또한 바뀔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주요 참모진이 대통령과 격리된 수준인 청와대의 구조는 대통령 집무실과 보좌진 사무실이 한 건물에 위치한 미국 백악관과 대조적입니다.
백악관의 경우, 대통령 집무실과 대통령이 개인 시간을 보내는 관저, 비서들의 사무실이 모두 한 건물에 붙어 있습니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마자 백악관 본관 안에 있는 기자실을 밖으로 옮긴다는 발언으로 논란에 휩싸였다가 없던 일이 됐는데, 청와대의 경우 ‘춘추관’이라는 이름의 기자실이 청와대 본관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본래 청와대 비서동 안에 기자실과 회견장이 있었으나,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노태우 전 대통령 시절에 춘추관이라는 건물이 지어졌습니다.
기자단은 춘추관과 비서동을 자유롭게 드나들며 취재활동이 가능했죠.
그런데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에 기자단의 청와대 경내 출입이 제한되면서, 언론이 권력을 감시하는 기능도 약해졌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청와대 안에서 일하게 되면 말단 행정관들도 민심과 괴리되는 경우가 많은데, 기자단과 소통의 기회가 많았다면 민심의 통로 역할을 할 수도 있었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