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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범주의 친절한 경제] "김영란법 고치자"…정부 vs 권익위 '기싸움'

친절한 경제입니다. 청탁금지법, 김영란법이 다시 논란입니다. 경제도 안 좋은데 기업들이 돈을 좀 쓰게 규제를 풀어줘야 되는 거 아니냐, 이런 이야기가 슬슬 나오고 있는 건데요, 시작은 보름 전입니다.

원래 연초에 정부 기관들이 차례로 대통령한테 "올해 이렇게 일을 하겠습니다."하고 업무보고를 하게 되는데, 올해는 황교안 권한대행이 보고를 당연히 받았죠.

그런데 5일 날 경제부처들이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여기서 "김영란법을 좀 풀자.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 이런 제안이 나왔고, 황교안 권한대행도 "그렇다면은 잘 고쳐봐라." 이렇게 화답을 했는데, 당시 발표 내용을 한번 들어보시죠. 보고한 이후에.

[최상목/기획재정부 1차관 (지난 5일) : 토론발표자로 참석한 외부전문가는 청탁금지법령의 개정이 필요하다고 건의를 하였습니다. 식대 3만 원은 2003년 기준으로 그동안의 물가 상승률을 감안해서 현실화하여 요식업 부담을 완화하는 것이 타당하고….]

한가지 짚어 볼 점은 저렇게 제안한 외부 전문가가 누구냐는 겁니다. 어디 교수나 경제학자나 이런 사람이 아니고, 정부 산하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 사람입니다.

정부부처가 직접 얘기하기 어려운 것, 껄끄러우니까 대신 산하기관에 시킨 거 아니냐, 이런 말이 나올 수 있는 건데, 그건 그렇다고 치고요.

일단 방법으로는 밥값 3만 원 한도를 5만 원으로 올리고, 명절 때 한우나 굴비 세트 이런 것도 선물 할 수 있게, 명절 때만 선물값을 5만 원에서 10만 원으로 올리자는 겁니다.

그래서 공은 김영란법을 담당하는 국민권익위로 넘어갔습니다. 그런데 권익위 입장은 "한 지 얼마 됐다고 벌써 그러냐."라면서 버티는 분위기입니다. 들어보시죠.

[성영훈/국민권익위원장 (지난 10일) : 경제적인 문제도 굉장히 중요하고 경제 논리에 대해서 충분히 경청할 만합니다만 어떻게 보면 청렴한 풍토, 사회적 신뢰에 대한 중요성도 잘 지켜내야 할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합니다.]

권익위가 이렇게 얘기를 하는데도 요 며칠 새 여기저기 신문 같은데 정부가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단독' 이러면서 기사들이 나오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건 경제부처들이 계속 때리고 있는 거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왜, 일반 회사도 기획, 마케팅, 영업 이렇게 해서 부서별로 입장이 다를 때 서로 안에서 관철 시키려고 툭탁거리면서 다투는 거 여러 번 보셨을 텐데, 비슷한 겁니다. 경제부처 여러 곳 대 권익위의 기 싸움 중이다. 이렇게 일단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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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좀 정확한 팩트로 따져보죠. 김영란법 때문에 정말로 경제가 어려워졌나? 많이들 그럴 거라고 생각도 하고 말도 해왔는데, 재미있게도 실제 데이터를 한번 보시면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별 영향이 없었다고 말씀드릴 수가 있겠는데, 근거는 뭐냐면, 기업들이 쓰는 카드값, 법인카드 통계입니다.

밥값, 선물값 제한을 해서 문제가 있었으면 카드 사용액이 줄어야겠죠. 그런데 한번 보시면 작년 11월 법인카드 사용 통계, 아직 12월 치는 안 나왔기 때문에 이게 최신 자료인데, 재미있게도 1년 전보다 쓴 돈이 15%나 늘었습니다.

김영란법 때문에 장사 안된다는 말이 데이터로 보면 틀렸다는 거고, 다만 한 번에 결제한 돈은 좀 줄었어요. 이건 비싼 데 보다는 싼 음식점에 갔기 때문이 아닌가, 이렇게 해석할 수가 있는데, 그걸 또 뭐로 볼 수 있냐면, 국민카드가 법인카드를 어디 썼는지 통계를 낸 게 있습니다.

밥값이 비교적 싼 데들 중국집, 한식집 이런 데는 매출이 확 늘었고, 대신 돈이 많이 나오는 술집들, 그리고 일식집도 10만 원 이상 같은 경우가 많이 줄어서 이런 데들 매출이 줄었고요.

꽃집이 가장 많이 줄긴 했습니다. 이렇게 보면, 꽃집 상가 같은데 화환 보내고 하는 것 때문에 그런 건데, 분명히 꽃집 같은 데는 영향이 있긴 합니다마는 음식점만 놓고 본다면, 장사가 만약 안 된다고 하면 지금 카드 매출 보셨잖아요.

김영란법 때문이기보다는 그냥 경기가 안 좋아서 그런 게 더 큰 게 아닌가, 반대로 말하면 김영란법 풀어준다고 음식점들 문제가 해결되는 거 아니라는 분석도 저 데이터로 보면 가능합니다.

그리고 청탁금지법이라는 게 사회를 깨끗하게 하자는 뜻으로 만든 법인데, 아직 이렇게 확 드러나지 않은 경제적인 주장으로 손을 대려는 것은 좀 조심해야 되는 것 아니냐, 이런 지적도 일리가 있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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