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X' 빗댄 '비행노선X'?…네이버, 부적절 패러디 논란

인터넷 포털 네이버가 모바일 주제판 '여행+'를 편집하면서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패러디 문구를 노출했다가 비난을 받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해당 페이지 편집권을 한 언론사에 사실상 위임했다고 해명했지만, 도 넘은 편집을 방치했다는 비난은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네이버는 오늘(3일) 국내외 여행 정보 등을 소개하는 모바일 페이지 여행+의 최상단에 '그것이 알고싶다 세월X? 비행노선X!'라는 제목을 노출했습니다.

아래에는 '절대 타지 마세요! 가장 붐비는 비행노선 톱10'과 '인천공항 밤 비행기 지연출발의 놀라운 비밀' 등 두 가지 블로그 글을 배치했습니다.

'비행노선X'라는 제목은 네티즌 '자로'가 지난달 25일 세월호 참사의 원인을 나름 분석한 다큐멘터리 '세월X'에서 차용한 것으로 보입니다.

일부 네티즌은 이를 두고 해외여행 때 이용하는 비행노선의 비밀을 파헤쳐 주겠다는 의미를 담은 것 같다고 해석했습니다.

네이버는 같은 페이지 아래쪽에 '세월X'를 연상시키는 '여행 엑스'라는 제목을 거듭 되풀이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304명의 목숨이 안타깝게 희생된 세월호 참사의 배경과 사회적 의미를 고려할 때 이런 패러디가 과연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더구나 '절대 타지 마세요…붐비는 비행노선'등의 소제목은 사실상 특정 비행노선을 세월호에 빗댄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을 낳고 있습니다.

마치 붐비는 비행노선을 고르면 추락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는 이밖에 최근 비선실세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민감한 이슈를 정면으로 다뤄 국민적 지지를 얻은 SBS 프로그램 '그것이 알고 싶다'를 '그곳이 알고 싶다'로 패러디한 제목도 노출했습니다.

'그곳이 알고 싶다'라는 제목 아래에는 '열흘! 로또 연휴는 몇 월? 정유년 연휴캘린더 대방출', '올 첫 설 연휴를 잡아라.

추천여행지 총정리' 등 가벼운 주제의 글을 실었습니다.

네티즌들은 네이버 모바일 주제판 편집을 두고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공감 능력이 없나? 상황 판단 능력이 없나? 이런 제목을 쓴 사람은 징계를 받아야 한다"며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습니다.

다른 네티즌은 "예전에 양재역 사거리에 '연평게전'이라는 음식점이 있어서 전화해서 사람이 몇 명이 죽었는데 미친 거 아니냐고 따졌는데, 네이버도 이상하다"고 비판했습니다.

윤문용 녹색소비자연대 ICT 정책국장은 "자극적인 표현으로 이용자 시선을 끄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국 대표 포털이 사회적 아픔을 마케팅에 활용하는 것은 시정해야 할 잘못된 행위"라고 지적했습니다.

네이버는 이와 관련, "여행＋는 네이버가 언론사와 합작한 '여플 주식회사'가 구성, 편집, 운영을 담당한다"며 "앞으로 유사한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협업 프로세스를 재점검하겠다"고 해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캡처)